혼인신고서에 내 글씨가 한 자도 없는데 법률혼이 성립할 수 있느냐고 물으시는 분이 많은데요. 서류에 직접 서명했는지는 하나의 사정일 뿐이고, 법원이 확인하는 것은 그 서류가 만들어지고 접수되는 데 내 동의나 승낙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때 혼인의사가 있었는지입니다.
부산가정법원 2014드단11112(본소)·2016드단4576(반소) 판결(2016년 7월 15일 선고)이 그 점을 보여 줍니다. 서명도 날인도 본인이 하지 않은 사건에서 혼인이 유효하다고 판단된 이유를 정리해 드릴게요.
서명을 누가 했는지가 아니라 동의나 승낙이 있었는지, 그리고 혼인의사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본인 서명이 없어도 혼인이 유효했습니다.
법리는 서명이 아니라 승낙을 봅니다

판결문의 법리 부분은 이렇게 되어 있어요.
배우자 일방이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동의나 승낙을 얻었거나 상대방에게 혼인의 의사가 존재하고 있었을 때에는 일방이 한 혼인신고도 유효하다
문장을 뜯어 보면 조건이 둘입니다. 동의나 승낙을 얻었거나, 상대방에게 혼인의사가 존재했거나. 어느 한쪽만 인정돼도 신고는 유효합니다. 서명을 누가 했는지는 이 조건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요.
이 사건에서 확인된 사실

2013년 8월 23일, 한쪽이 주거지에 있던 상대방의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가 혼인신고서에 날인하고 사상구청장에게 신고했습니다. 본인이 서명하거나 날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결론은 이렇게 나왔어요.
- 가사재판부는 혼인신고서 작성에 승낙이 있었다고 판단
- 설령 승낙이 없었더라도 사실혼 관계였던 이상 혼인의사가 추정된다고 판단
- 형사에서도 승낙이 있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부산지방법원 2015고정974, 항소기각 2015노2283)
그럼 무엇을 다퉈야 하나
서명이 없다는 사실만 내세우면 다툼이 진행되지 않아요. 다투는 쪽과 유효를 주장하는 쪽이 각각 겨냥할 곳이 다릅니다.
| 입장 | 확인받아야 할 것 |
|---|---|
| 무효를 다투는 쪽 | 도장과 신분증이 상대에게 있게 된 경위, 신고 전 혼인의사를 거둬들인 사정, 신고 사실을 안 직후의 대응 |
| 유효를 주장하는 쪽 | 오랜 공동생활, 부부로 알려진 대외관계, 혼인신고에 관해 오간 대화, 인장과 신분증을 건넨 경위, 신고 사실을 안 뒤 상대의 태도 |
양쪽 항목이 거의 같은 자료를 가리킨다는 점이 눈에 띄실 거예요. 같은 문자와 같은 계좌 내역을 두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읽는 사건이라, 자료를 먼저 모아 놓고 어느 쪽 설명이 더 자연스러운지부터 보셔야 합니다.
• 혼인신고서 접수 관서와 접수일이 확인되는 서류
• 도장과 신분증을 평소 어디에 보관했는지 설명할 자료
• 상대에게 건넨 적이 있다면 그 용무를 보여 주는 대화
• 혼인신고 전후에 오간 문자·카카오톡
• 신고 사실을 안 시점과 그때 한 행동이 남은 기록
• 형사 고소를 했다면 고소장과 처분 결과
서명 여부가 아니라 도장과 신분증의 경위가 판단 대상입니다. 가사와 형사가 함께 걸린 사건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형사에서 나온 판단을 가사재판에 어떻게 낼지 살피고, 서울가정법원·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13년간 가사 사건을 맡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어떤 사실을 먼저 확인하는지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제 필적이 아니라는 감정을 받으면 무효가 되나요?
필적이 다르다는 사실은 누가 작성했는지를 보여 줄 뿐입니다. 이 판결은 상대방의 동의나 승낙이 있었거나 혼인의사가 있었다면 일방이 한 신고도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Q2. 대리로 혼인신고를 부탁한 적은 있습니다.
부탁한 사실이 있다면 승낙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어떤 범위로 부탁했는지, 언제 어떤 형태로 전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Q3. 형사에서 위조로 유죄가 나오면 혼인은 무효가 되나요?
자동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형사는 문서를 만들 권한이 있었는지를 보고, 혼인무효 재판은 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판단 대상이 다릅니다.
Q4. 도장을 집에 두고 다녔던 것이 불리하게 작용하나요?
함께 사는 집에 놓여 있었다면 그 사정이 승낙 판단에 함께 들어갑니다. 이 사건에서도 도장과 주민등록증이 주거지에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사실에 그대로 적혔습니다.
Q5. 신고 사실을 안 뒤 바로 이의하면 달라지나요?
알게 된 직후의 대응은 중요한 사정입니다. 아무 조치 없이 시간이 지나면 묵시적 승낙으로 볼 여지가 생기므로, 알게 된 시점과 그때 한 행동을 기록으로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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