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등록원부 사본 한 장을 들고 상담실에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등록원부에는 본인 지분이 99%로 적혀 있는데 정작 차량은 몇 달 전부터 보이지 않고, 나중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이전됐다는 말만 전해 들은 상태입니다. 서류에 내 이름과 지분이 남아 있으니 배상은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십니다. 법원이 확인하는 내용은 그보다 하나 더 뒤에 있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이 2016. 11. 16. 선고한 2016가단105626 판결은 그 하나 더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 줍니다. 배우자였던 원고가 차량 지분 무단 매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지분 등록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판결에서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나눠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지분이 확인되는 것과 상대가 그 재산을 처분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두 가지가 모두 증명돼야 배상 청구가 성립합니다.
등록원부에 내 이름이 있으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이 사건의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입니다. 망인과 2012. 1. 19. 혼인신고를 했고, 망인은 2015. 3. 22. 사망했습니다. 피고는 망인의 자녀이고, 망인에게는 다른 자녀도 있었습니다. 원고는 상속을 둘러싼 여러 청구를 한 소송에 함께 담아 제기했고, 차량에 관한 청구는 그중 하나였습니다.
원고가 주장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피고가 서류를 위조해 2016. 1. 11. H에게 차량을 무단으로 팔았으니, 차량 시가 중 원고 지분에 해당하는 99%인 14,850,000원을 배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 전체는 66,048,500원이었는데, 이는 차량을 포함한 세 가지 청구를 합한 금액으로 계산됩니다. 상담에서 들어 보면 이런 청구는 대부분 등록원부 한 장에서 시작합니다.
등록원부는 그 차량에 누구의 지분이 얼마나 등록돼 있는지를 보여 주는 서류입니다. 차량이 언제 누구 손에 넘어갔는지, 그 과정에 누가 관여했는지까지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손해배상을 구하는 쪽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내놓아야 하는데, 상담 초기에는 앞의 한 장만 준비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 사건에서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

판결문이 인정한 사실은 한 문장입니다. 갑 제16호증에 의하면 원고와 망인이 2014. 8. 11. G 포터 Ⅱ 차량을 원고 지분 99%, 망인 지분 1%로 소유권등록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지분이 얼마인지, 언제 등록했는지, 누구와 함께 등록했는지가 여기서 정리됩니다. 원고가 그 차량에 관해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다툼 없이 확인된 셈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한 문장입니다. 피고가 서류를 위조하여 타인에게 위 차량을 매도하였다는 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원고가 지목한 매도 날짜와 매수인이 있었는데도, 그 매도를 피고가 했다는 부분이 자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은 피고가 차량을 팔지 않았다고 확인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고가 팔았다고 판단할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판결문은 피고가 무엇을 했는지 따로 적지 않았고, 그 부분은 판단 대상에서 빠진 채 사건이 끝났습니다.
상담에서 이 차이를 설명드리면 대부분 놀라십니다. 내 지분이 등록돼 있다는 사실과 상대가 그 차량을 처분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자료로 증명됩니다. 앞의 것은 등록원부 한 장으로 끝나지만, 뒤의 것은 이전 등록에 쓰인 서류와 그 시기에 차량을 누가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 함께 있어야 해요.
지분이 인정돼도 청구가 기각된 이유
민법 제750조는 고의나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그 손해를 배상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으로 배상을 구하려면 네 가지가 각각 증명돼야 합니다. 내게 어떤 권리가 있었는지, 상대가 무슨 행위를 했는지, 그 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손해액이 얼마인지입니다. 하나만 빠져도 나머지가 아무리 분명해도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차량 지분 무단 매도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청구는 첫 번째에서만 확인이 끝났습니다. 원고에게 99% 지분이 있었다는 점은 갑 제16호증으로 인정됐지만, 피고가 그 차량을 매도했다는 두 번째 부분에서 멈췄습니다. 두 번째가 서지 않으면 세 번째와 네 번째는 판단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법원이 차량 시가나 원고가 계산한 14,850,000원이 맞는지를 따로 다루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서류에 이름이 있으면 그다음이 자동으로 따라온다는 생각은 다른 사건에서도 자주 나옵니다. 등기부에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으면 그 절차와 원인이 정당하다는 추정을 받고, 그 추정을 깨려는 쪽이 증명 책임을 진다는 것이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다46256 판결의 내용입니다. 서류에 적힌 것과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쪽이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량 사건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매매로 등기된 재산을 증여라고 다투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요에서 더 자세히 정리해 뒀어요.
원고가 차량을 실제로 잃었는지와, 그 상실이 피고의 행위 때문인지는 별개로 다뤄집니다. 판결문은 앞의 것에 관해서도 따로 적지 않았습니다. 남은 것은 지분 등록 사실 하나였고, 그것만으로 배상 의무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과태료 청구도 같은 곳에서 막혔습니다
원고는 과태료도 함께 청구했습니다. 피고가 차량을 임의로 가져갔고 그 때문에 의무보험 미가입, 검사지연, 주정차 위반 등으로 과태료 합계 1,198,500원을 부과받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자기 앞으로 나온 과태료를 피고가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법원은 갑 제17호증에 따라 부과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원고가 2016. 3. 9.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위반 과태료 289,700원과 579,400원을, 2016. 4. 8. 자동차검사지연 과태료 329,400원을 각각 부과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적었습니다. 금액과 날짜와 사유가 서류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막힌 곳은 그다음이었습니다. 피고가 차량을 임의로 가져갔다거나 그로 인해 과태료가 부과됐다는 점은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손해액은 서류로 확인됐는데, 그 손해가 누구의 행위에서 나왔는지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두 청구 모두 피고가 무엇을 했는지라는 같은 곳에서 막혔습니다. 다만 거기까지 온 길이 달랐습니다. 매도 청구는 지분 등록만 확인된 채로 멈췄고, 과태료 청구는 금액과 날짜와 사유까지 서류로 확인된 뒤에 멈췄습니다. 손해가 얼마인지 드러나 있어도 그 손해를 누가 만들었는지가 서지 않으면 결과가 같다는 뜻이죠.
무엇이 더 있어야 했나
판결문은 원고가 무엇을 더 냈어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습니다. 증거가 없다고만 적었을 뿐입니다. 다만 어디에서 끊겼는지는 분명하므로, 그 지점을 메우는 자료가 무엇인지는 되짚어 볼 수 있어요. 아래는 이 판결이 판단한 내용이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입니다.
상대의 행위를 보여 주는 자료가 먼저입니다. 차량이 언제 누구에게 이전됐는지는 자동차등록원부의 이전 이력에 남고, 그 이전에 어떤 서류가 쓰였는지는 이전 등록 서류에 남습니다. 그 시기에 차량을 누가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 함께 있으면 행위와 사람이 연결됩니다. 차량 지분 무단 매도를 다투는 사건에서 이 부분이 비면 나머지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청구가 서지 않습니다.
인과관계를 보여 주는 자료가 그다음입니다. 과태료라면 부과 통지서에 적힌 사유와 일시가 상대가 차량을 가지고 있던 기간과 겹치는지 확인해요. 보험이 언제 끊겼는지, 검사 기한이 언제였는지를 시간 순으로 늘어놓으면 어느 기간에 발생한 손해인지가 드러납니다. 이 사건에서는 부과 사실만 서류로 남아 있었고 그 앞을 채우는 자료가 없었습니다.
상속이 얽힌 사건에서는 확인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이 판결도 상속을 둘러싼 여러 청구가 한꺼번에 다뤄진 사건이었고, 상속으로 넘어온 채무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를 두고도 다툼이 있었습니다. 상속인 가운데 누가 포기했고 누가 한정승인을 했는지에 따라 남은 사람이 지는 부담이 달라지므로, 이 부분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다른 상속인의 빚 부담을 어떻게 바꾸나요를 함께 보시면 정리가 됩니다.
차량이 사라졌다면 지금 확인할 것
여기서부터는 이 판결의 판단이 아니라 같은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확인하는 내용입니다.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면 먼저 자동차등록원부를 떼어 이전 이력을 확인해요. 언제, 누구 앞으로, 어떤 원인으로 이전됐는지가 한 장에 나옵니다. 이전이 이미 끝나 있다면 그 서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순서로 넘어갑니다.
차량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기록도 함께 모읍니다. 주차 요금 결제 내역, 정비 이력, 통행료 납부 내역처럼 차량의 위치와 사용자를 짐작하게 하는 자료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런 기록은 보관 기간이 지나면 없어지므로, 차량이 사라진 사실을 안 뒤에는 먼저 확보해 두시는 편이 안전해요.
과태료 통지서는 버리지 마시고 사유와 일시가 적힌 면까지 함께 보관하십시오. 통지서는 손해액을 보여 주는 자료이면서, 그 손해가 발생한 시점을 확정해 주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이 판결에서 부과 사실이 인정된 것도 서류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판결은 2016. 11. 16.에 선고됐습니다. 그 뒤로 관련 규정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지금 진행 중인 사건에 그대로 옮기기 전에 현행 규정을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만 서류에 적힌 것과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쪽이 증명 책임을 진다는 부분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등록원부를 떼어 오시는 김에 위 자료들을 함께 정리해 오시면 상담이 훨씬 빨라집니다.
• 차량등록원부 등 지분이 확인되는 서류
• 차량이 실제로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기록
• 매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그 서류
• 과태료 부과 통지서와 그 사유가 적힌 자료
지분 서류만으로는 부족한 사건이 있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미리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가족 사이에 재산이 오간 상속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13년간 가사 사건을 맡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등기와 금융거래를 어떤 순서로 대조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재산 이전 경위와 관련 절차를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등록원부에 제 지분이 99%로 되어 있으면 차량은 제 것 아닌가요
지분이 그렇게 등록돼 있다는 사실은 등록원부로 확인됩니다. 이 판결에서도 원고와 망인이 2014. 8. 11. 차량을 원고 지분 99%, 망인 지분 1%로 소유권등록한 사실은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다만 그 사실만으로 상대에게 배상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상대가 무슨 행위를 했는지를 따로 증명해야 배상 청구가 성립합니다.
법원이 매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가족이 차를 팔지 않았다는 뜻인가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 법원은 피고가 서류를 위조해 타인에게 매도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만 판단했습니다. 팔지 않았다고 확인한 것이 아니라, 제출된 자료로는 팔았다고 판단할 수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판결문은 그 차량이 실제로 어떻게 됐는지에 관해 따로 적지 않았습니다.
과태료 고지서가 제 앞으로 나왔는데도 배상을 못 받나요
고지서는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그 금액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이 판결에서도 2016. 3. 9.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위반 과태료 289,700원과 579,400원, 2016. 4. 8. 자동차검사지연 과태료 329,400원이 부과된 사실은 인정됐습니다. 그런데도 청구가 기각된 까닭은 그 과태료가 상대의 행위 때문에 부과됐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손해가 있다는 것과 그 손해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다른 자료로 증명합니다.
차량 지분 무단 매도를 다투려면 어떤 자료부터 모아야 하나요
일반적으로는 자동차등록원부의 이전 이력부터 확인합니다. 이전 등록에 쓰인 서류, 그 시기에 차량을 누가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기록, 과태료나 보험 관련 통지서가 그다음에 붙습니다.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는 상대가 무슨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주장할 내용을 먼저 정리한 뒤 자료를 모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2016년 판결인데 지금도 같은 결과가 나오나요
이 판결은 2016. 11. 16.에 선고됐고, 그 뒤 관련 규정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 수 있어 현행 규정은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반면 서류에 적힌 것과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쪽이 증명 책임을 진다는 부분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결과가 같을지는 어떤 자료를 갖추었는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건 자료를 기준으로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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