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 원을 청구했는데 판결문에는 1,000만 원이 적혀 있다면, 그 차이가 어디에서 생겼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23드단5206 손해배상(이혼) 사건은 원고가 상간자인 피고에게 3,000만 원을 청구했고 법원이 그중 1,000만 원을 인정한 뒤 나머지를 기각한, 상간자 위자료 일부 인용으로 끝난 판결입니다. 판결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면 법원이 금액을 먼저 정해 놓고 이유를 붙인 것이 아니라, 책임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한 다음 액수를 정하며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는 순서가 보입니다. 이 글은 그 판결의 주문 네 항을 차례로 읽으며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다른 상간 소송과 달랐던 대목은 배우자 본인에게도 별도의 귀책이 인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원고는 이미 선행 이혼소송에서 남편 E을 상대로 이혼 청구가 인용되어 E이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 두었고, 그 이혼 사건은 2023. 11. 3.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부정행위가 혼인관계 파탄의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E의 다른 귀책사유가 함께 작용한 사정을 액수를 산정할 때 참작한다고 판결문에 따로 적었습니다. 청구액과 인용액의 차이는 그 문장에서 나왔습니다.
책임이 인정되는 것과 얼마를 물어야 하는지는 다른 판단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3,000만 원 중 1,000만 원이 인정됐습니다.
금액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간 소송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대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부터 물으십니다. 그런데 판결문이 쓰이는 순서는 그 반대입니다. 법원은 먼저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하고, 성립한다고 본 다음에야 액수를 정합니다. 이 사건 판결문에서도 책임 성립에 관한 판단과 액수 산정에 관한 판단은 따로 적혀 있습니다.
책임 성립의 근거로 법원이 인용한 것은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제3자도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그 파탄을 초래하는 등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고,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이룬다는 법리입니다. 손해배상의 근거 조문은 민법 제750조와 제751조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E이 배우자가 있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E과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 부정행위가 하나의 원인이 되어 원고와 E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책임이 성립한다는 판단과 청구한 3,000만 원이 그대로 인정된다는 판단은 다릅니다. 상간자 위자료 일부 인용은 책임을 부정한 결과가 아니라, 책임을 인정한 뒤 그 범위를 정한 결과입니다. 청구서에 금액을 얼마로 적을지 고민하시기 전에 이 두 판단이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먼저 보셔야 합니다.
주문 네 항이 말하는 결과

주문 제1항은 피고가 원고에게 1,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한 부분입니다. 지연손해금은 2023. 2. 2.부터 2024. 7. 2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로 정해졌습니다. 앞의 날짜는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이고, 뒤의 날짜는 이 판결이 선고된 날입니다. 선고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이율이, 선고 다음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이 정한 이율이 적용됩니다.
주문 제2항은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고 정했습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청구한 금액이 3,000만 원이었으므로 인정되지 않은 2,000만 원이 이 항에서 정리되었습니다. 기각이라는 말 때문에 전부 패소로 읽히기 쉬우나, 제1항에서 이미 1,000만 원의 지급이 명해졌으니 배척된 것은 그 초과 부분에 한합니다. 상간자 위자료 일부 인용 사건의 주문은 이렇게 인용 부분과 기각 부분이 나란히 적힙니다.
주문 제3항은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정했습니다. 청구가 일부만 인정된 사건에서 자주 보이는 형태이나, 이 판결문에는 왜 그렇게 정했는지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이 항목은 아래에서 따로 볼게요.
주문 제4항은 제1항을 가집행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13조 제1항은 재산권의 청구에 관한 판결에 가집행 선고를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제1항에 적힌 1,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에 관하여 집행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사건이 그 뒤 항소되었는지, 언제 확정되었는지는 판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법원이 액수를 정하며 든 다섯 가지
판결문은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며 참작한 사정을 다섯 가지로 적었습니다. 원고와 E의 혼인관계, 가족관계, 부정행위 내용 및 부정행위 후 정황, 피고의 부정행위가 원고와 E의 혼인관계 파탄에 미친 영향, 혼인관계 파탄 경위입니다. 여기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더해 1,000만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다섯 가지 중 어느 하나에 얼마가 배정되었다는 계산은 판결문에 없습니다.
앞의 두 가지는 원고와 E이 어떤 부부였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2007. 3. 19. 혼인신고를 했고 그 사이에 미성년 자녀 한 명을 두고 있었어요. 혼인 기간과 자녀의 존재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의 크기를 재는 사정으로 판결문에 들어가 있습니다. 자녀의 나이나 성별은 판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뒤의 세 가지는 피고가 한 행위와 그 행위가 이 혼인에 미친 영향에 관한 것입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원고가 E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무렵 E이 피고와 성관계를 가지는 등 교제를 하고 있었다는 데까지입니다. 교제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판결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인정근거로 적힌 것은 갑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입니다.
다섯 가지 중 감액과 맞닿아 있는 것은 네 번째, 피고의 부정행위가 파탄에 미친 영향입니다. 법원은 그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파탄의 유일한 원인으로 보지는 않았고, 그 판단을 판결문 괄호 안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어느 사정이 얼마를 줄였다는 계산은 여기에도 없습니다. 아래에서 그 문장을 그대로 옮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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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잘못이 액수에 반영된 대목
피고는 이 사건에서 자신이 E과 알고 지내기 시작할 무렵 원고와 E의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되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간 상태였고, 파탄의 원인은 E의 폭력과 성매매 업소 출입이지 피고와 E의 관계가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배척한 근거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선행 이혼소송 1심 판결인 갑 제9호증의 1은 원고가 몇 차례 E의 가정폭력을 피하여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피난처에 입소한 적이 있고 E이 성매매 업소 등에 출입했으며 이혼 소송 제기 무렵에는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등 교제를 하고 있었다고 적으면서, 결국 이러한 E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원고와 E이 2020. 6. 23. 별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설시했습니다. 그 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3호와 제6호뿐 아니라 제1호, 곧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에 해당하는 사유도 있음을 분명히 적었습니다. 둘째, E은 그 소송에서 원고의 무단가출로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E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판결문 괄호 안에 이런 문장을 넣어 두었습니다. “다만, 피고와 E의 부정행위 외에 E의 다른 귀책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원고와 E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사정은 위자료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참작한다.”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는 문단 안에, 그 항변이 액수에서는 반영된다는 말을 함께 적어 둔 것입니다. 책임을 부정한 문장이 아니라 책임의 범위를 정한 문장입니다.
배우자 본인에게 별도의 귀책이 인정되어 있는 사건에서 이런 판단이 나왔다는 사실이, 같은 사정이 다른 사건에서도 같은 금액으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판결문은 어떤 사정이 있으면 얼마가 된다는 기준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확인되는 것은 배우자의 귀책이 상간자의 책임을 없애지는 않되 액수를 산정할 때 참작된다는 점까지입니다. 비슷한 사정이 있는 사건을 준비하신다면 배우자의 폭력이 상간자 위자료를 줄이기도 하나요도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으로 정한 결과
주문 제3항은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한다고 정했습니다. 원고가 인지대와 송달료를 내고 대리인을 선임했더라도, 이 판결에 따르면 그 비용을 피고에게서 돌려받는 부분은 없습니다. 1,000만 원이 인정되었다는 사실과 소송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는 문제는 이렇게 별개로 정리되었습니다.
다만 판결문에는 소송비용을 왜 각자 부담으로 정했는지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계산식도 없고, 인용 비율에 따라 몇 대 몇으로 나누었다는 설명도 없습니다. 청구가 일부만 인정된 사건에서 법원이 재량으로 부담을 정한다는 정도까지가 일반론이고, 이 사건에서 그 재량이 어떤 사정을 고려해 행사되었는지는 판결문만으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청구액을 정할 때 이 부분을 함께 보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청구액을 높게 적으면 인지대가 올라가고, 인정되지 않은 부분은 기각되며, 소송비용까지 각자 부담으로 정해지면 그만큼이 그대로 남습니다. 인용된 금액에 지연손해금이 어떻게 붙는지는 판결문의 연 5%와 연 12%는 어떻게 계산되나요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청구 금액을 정하기 전에 볼 것
이 판결을 읽고 나면 청구서를 쓰기 전에 확인할 것이 몇 가지 보입니다. 먼저 배우자에게 별도의 귀책이 있어 이미 이혼 판결을 받아 두셨다면 그 판결문을 확보하십시오. 이 사건에서 선행 이혼소송 1심 판결은 갑 제9호증의 1로 제출되어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는 근거가 되었고, 동시에 액수를 산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서면이 두 방향으로 쓰였습니다.
다음으로 부정행위의 시기와 별거의 시기를 날짜로 정리해 두십시오. 이 사건에서 별거 시작일은 2020. 6. 23.로, 선행 이혼소송 제기일은 2020. 9. 24.로 인정되었습니다. 상대방이 이미 파탄된 뒤에 만났다고 주장할 때 다투어지는 것은 언제나 이 날짜들입니다. 소장 부본이 언제 송달되는지에 따라 지연손해금의 첫날이 정해지므로 송달 시점도 함께 확인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이 판결의 1,000만 원을 다른 사건에 그대로 옮겨 놓지 마십시오. 판결문은 이 사건의 혼인관계와 가족관계, 부정행위 내용과 그 후 정황, 파탄에 미친 영향, 파탄 경위를 참작해 정한 금액이라고 적었을 뿐입니다. 상간자 위자료 일부 인용이라는 결과 자체보다, 어떤 자료가 어느 판단에 쓰였는지를 보시는 편이 자기 사건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법무법인 존재는 선행 이혼 판결문과 별거 시점 자료를 먼저 확인한 뒤 필요한 대응 범위를 잡아 드리고 있습니다.
• 청구하려는 금액과 그 근거를 적어 둔 메모
• 부정행위의 내용과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 배우자에게 이미 위자료를 받았다면 그 판결문이나 합의서
• 혼인 기간과 가족관계가 확인되는 증명서
청구 금액보다 그 금액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무엇인지가 결과를 정합니다. 가정폭력과 부정행위가 함께 문제 된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13년간 가사 사건을 맡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파탄의 원인을 어떤 순서로 확인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형사 절차 기록과 증거 수집 방법을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3,000만 원을 청구했는데 1,000만 원만 인정되면 진 것인가요
주문 제1항에서 1,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이 명해졌고, 제2항에서 나머지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청구한 금액 전부가 인정되지는 않았다는 뜻이지 청구가 배척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제3항에 따라 소송비용이 각자 부담으로 정해졌으므로, 인정된 금액과 실제로 손에 남는 금액을 함께 계산해 보셔야 합니다.
남편이 이미 위자료 3,000만 원 판결을 받았는데 상간자에게 또 청구할 수 있나요
이 사건에서 선행 이혼소송의 3,000만 원은 남편 E이 아내인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명해진 위자료이고, 이 사건의 3,000만 원은 원고가 상간자인 피고에게 청구한 금액입니다. 금액은 같아도 지급할 사람이 다릅니다. 법원은 피고에 대한 청구를 별도로 심리해 1,0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두 판결에서 인정된 금액을 어떻게 정산하는지는 이 판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배우자의 가정폭력이 인정되면 상간자 위자료는 1,000만 원인가요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E의 다른 귀책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정을 액수 산정에서 참작한다고 적었을 뿐, 어떤 사정이 있으면 얼마가 된다는 기준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에 적힌 참작 사정은 다섯 가지이고, 그 다섯 가지의 내용은 사건마다 다릅니다. 이 사건의 1,000만 원은 이 사건의 결론입니다.
주문에 적힌 연 5%와 연 12%는 무엇이 다른가요
2023. 2. 2.부터 2024. 7. 2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입니다. 앞 기간은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로 민법이 정한 이율이 적용되고, 뒤 기간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이 정한 이율이 적용됩니다. 선고일을 기준으로 이율이 바뀌므로, 소장이 언제 송달되었는지가 첫날을 정합니다.
가집행할 수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주문 제4항은 제1항을 가집행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13조 제1항은 재산권의 청구에 관한 판결에 가집행 선고를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제1항에 적힌 1,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에 관하여 집행에 착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사건이 그 뒤 항소되었는지 여부는 판결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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