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혼인관계 파탄 인정이 될지는 별거 기간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두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와 관계가 회복될 여지가 남아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어떤 사정을 놓고 혼인이 깨졌는지를 판단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부산가정법원 2021드단214506 판결(2022. 4. 19. 선고)에는 그 판단에 들어간 사정들이 문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어떤 사실을 정리해 두어야 하는지 가늠하시는 데 참고가 될 부분이라 순서대로 짚어 드리겠습니다.
먼저 이 판결의 결말부터 말씀드리면, 이혼을 청구한 원고가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어 그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혼인이 깨졌다는 점 자체는 인정됐습니다. 혼인이 깨졌는지를 보는 판단과 그 파탄에 누가 주로 책임이 있는지를 보는 판단이 나뉘어 있어서 생기는 결말입니다. 파탄은 인정되는데 청구는 기각되는 결말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어, 저희가 법원이 파탄을 인정하며 든 네 가지 근거를 하나씩 나누어 설명드리겠습니다. 별거만 이어지고 있어 어느 쪽으로 판단될지 짐작이 어려운 분께 특히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법원은 상대방도 따로 이혼을 구하고 있는 점, 장기간 별거가 이어지는 점,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없는 점을 들어 파탄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어떤 상황에서 시작됐나요

원고는 상대방 배우자와 그 상간자를 함께 피고로 삼아 이혼과 위자료, 자녀에 관한 청구를 한 사건으로 냈습니다. 사건의 앞부분에는 상대방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었습니다. 상대방 배우자는 2019년 8월경부터 10월경까지 상간자와 부정행위를 했고, 원고는 이를 알게 된 뒤 용서하고 혼인생활을 이어 갔습니다. 이 용서와 그 뒤로 이어진 혼인생활은 판결문에 그대로 인정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원고가 부정행위를 겪은 쪽으로 보이지만, 법원이 파탄의 원인을 살필 때 무게를 둔 사정은 그 뒤에 이어진 사실들이었습니다.
원고는 부정행위 상대방과의 관계를 이어 갔고, 상대방 배우자가 이를 알고 따지자 원고는 집을 나가 그 사람과 생활했습니다. 두 사람이 따로 지내는 상태는 그때부터 계속됐습니다. 상대방 배우자도 이 사건과는 별개의 소로 이혼을 구하고 있었고, 원고 역시 이 사건 소로 이혼을 구했습니다. 양쪽이 각자 이혼을 구하고 있는 상태에서 법원은 두 사람의 혼인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부터 살폈습니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견주기에 앞서, 혼인이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였는지를 먼저 확인한 것입니다.
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파탄을 인정했나요

판결문이 든 사정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상대방 배우자도 이혼을 별개의 소로 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혼을 구하고 있으니, 혼인을 유지할 뜻이 어느 쪽에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정이 밖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이혼에 응하지 않는 상대를 둔 사건과는 다르게 읽히는 대목입니다. 둘째는 별거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함께 살지 않는 상태가 잠깐 끊어졌다 이어진 것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혼인관계 파탄 인정의 바탕이 됐습니다.
셋째는 별거가 이어지는 동안 서로 관계회복을 위한 구체적·적극적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법원이 여기서 본 것은 마음속 의사가 아니라 실제로 오간 행동입니다. 연락을 시도했는지, 만나서 조율해 보려 했는지처럼 밖으로 드러난 사정을 확인한 것입니다. 넷째는 앞으로도 두 사람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지나온 사정에 더해 앞으로의 전망까지 함께 놓고 본 끝에, 법원은 원고와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비슷한 사건에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보게 되나요
네 가지 근거를 나란히 놓고 보면 별거 기간 하나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기간을 뺀 나머지 세 가지는 모두 두 사람의 뜻과 실제 행동, 앞으로의 전망에 관한 사정이기 때문입니다. 별거가 길어도 그사이 관계를 되돌리려는 연락과 제안이 오갔다면 혼인관계 파탄 인정을 다투어 볼 여지가 남고, 반대로 별거가 아주 길지 않아도 양쪽이 각자 이혼을 구하고 있다면 혼인이 깨졌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별거한 기간을 세어 두는 것보다 그 기간에 무엇이 오갔는지를 남겨 두는 편이 확인에 도움이 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혼인관계 파탄 인정과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판단은 따로 이루어집니다. 이 사건에서도 파탄은 인정됐지만 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쪽이 청구했다는 이유로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를 전제로 한 나머지 청구까지 함께 기각됐습니다. 청구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는 유책배우자가 낸 이혼 청구가 기각된 이 사건의 결말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저희가 상담에서 먼저 여쭙는 것도 별거를 시작한 시점과 그사이 오간 연락, 상대방이 낸 사건이 있는지입니다.
• 별거 기간과 각자의 현재 생활 상황
•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면 그 내용과 시기
• 상대방이 이혼을 구하고 있는지 확인되는 자료
•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오간 대화 기록
파탄은 한 가지 사정이 아니라 쌓인 사정 전체로 판단되므로 시간 순서 정리가 먼저입니다. 유책 여부와 파탄 시점이 함께 다퉈지는 이혼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어떤 사정을 먼저 확인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부정행위 관련 자료와 상대방 주장을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별거가 몇 년이면 혼인이 깨졌다고 보나요
기간만으로 정해지는 기준은 없습니다. 이 판결도 몇 년인지를 세는 대신, 별거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데도 서로 관계회복을 위한 구체적·적극적 노력이 없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았습니다. 같은 기간이라도 그사이 오간 연락과 제안이 남아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상대방이 이혼에 응하지 않으면 파탄은 인정되지 않나요
응하지 않는다는 사정 하나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은 상대방 배우자도 별개의 소로 이혼을 구하고 있어서 양쪽 모두 혼인을 유지할 뜻이 없다는 점이 드러난 경우였습니다. 상대방이 응하지 않는 사건에서는 별거가 이어진 사정과 회복을 위한 노력, 앞으로의 전망을 함께 살피게 됩니다.
파탄이 인정되면 이혼 판결이 나오나요
혼인관계 파탄 인정은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는 판단과 같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파탄은 인정됐지만 청구한 쪽에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어 이혼 청구가 기각됐습니다. 혼인이 깨졌는지와 그 책임이 주로 누구에게 있는지를 나누어 확인하셔야 합니다.
📘 변호사가 직접 쓴 심화 칼럼 「장기 별거 이혼, 몇 년 떨어져 살면 이혼 사유가 될까 — 민법 제840조 제6호」 › 이 주제를 법무법인 존재 블로그에서 더 깊이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