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이 성립되는 날 가장 여러 번 확인하시는 것은 대개 금액입니다. 위자료가 얼마인지, 재산분할이 얼마인지, 양육비는 매달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나면 이제 마무리됐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조정조서에는 금액 다음에 한 문장이 더 붙어 있는 일이 많습니다. 앞으로 서로에게 더는 청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적힌 문장입니다. 이 한 문장이 무엇을 닫아 두는지 모르고 서명하시면, 몇 달 뒤 다시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그제야 조서를 다시 펼쳐 보게 되십니다.
오늘은 대구가정법원 포항지원 2023드단12035 이혼 등 사건의 조정조서에서 조정조항 제7항 한 문장만 떼어 놓고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판결로 끝난 사건이 아니라 2024. 1. 29. 조정기일에 당사자들이 합의해 마무리한 사건입니다. 저희가 수행한 사건이 아니라 공개된 조서를 읽고 조항 하나를 뜯어 보는 내용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조정조서 청구 포기 조항은 문장이 길어서 한 번에 읽으면 뜻이 잘 잡히지 않는데, 토막을 내어 보면 각 토막이 서로 다른 것을 닫아 둡니다.
이혼 조정에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문장은 그 사건의 금전 문제를 한꺼번에 닫습니다. 각자 명의대로 자산과 채무를 확정 귀속시키는 문구가 함께 붙으면 뒤늦게 찾은 재산도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금액에 합의하면 조정이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조정조서를 들고 오신 분들께 어디까지 읽어 보셨는지 여쭤 보면, 금액이 적힌 조항까지는 또렷하게 기억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 뒤에 붙은 조항은 어느 사건에나 들어가는 형식적인 문구인 줄 알았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정이 끝나고 나서 정작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뒤쪽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조정은 재판부가 옳고 그름을 가려 결론을 내려 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한 내용을 조서에 적어 사건을 마치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조서에 적힌 문장은 법원이 판단해 넣은 문장이 아니라 두 사람이 그렇게 하기로 정한 문장입니다. 내가 읽고 동의한 문장이라는 뜻이라, 나중에 그런 의미인 줄 몰랐다고 말씀하셔도 되돌리기가 쉽지 않아요.
이 조서가 인용한 조문은 아니지만, 조정조서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일반 규정으로 민사소송법 제220조가 있습니다. 조정으로 마무리된 사건의 조서도 판결문만큼의 무게를 갖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정은 판결보다 가볍게 끝나는 절차라고 생각하고 문장을 흘려 읽으시면 곤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금액을 정하는 조항과 마지막에 붙는 조항은 하는 일이 서로 다릅니다. 앞의 조항은 받을 돈과 받을 시기를 정하고, 조정조서 청구 포기 조항은 앞으로 다툴 수 있는 범위를 정합니다. 얼마를 받느냐만 보고 서명하시면 다툴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 닫혔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채로 사건이 끝납니다.
이 사건 조정조항 제7항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이 사건 원고와 피고 D은 부부였고, 피고 E은 원고가 상간자로 지목해 함께 소를 제기한 사람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녀 한 명이 있습니다. 원고는 소장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와 자신이 집을 나오게 된 경위를 적으면서 민법 제840조 제1호와 제2호를 이혼 사유로 들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지금 말씀드린 부정행위와 퇴거 경위는 원고가 제출한 청구원인에 적힌 내용이고, 조정조항으로 확정된 내용과는 구분해서 보셔야 합니다. 조정조서는 법원이 누구의 잘못인지를 가려 적어 둔 문서가 아닙니다. 아래에서 조항을 읽어 드릴 때도 원고가 주장한 부분과 합의로 정해진 부분을 나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정으로 정해진 조항은 모두 여덟 개입니다. 이혼한다는 조항, 피고 D이 원고에게 위자료로 3,000만 원과 재산분할로 3,000만 원을 각각 정해진 기일까지 지급한다는 조항, 연금에 관한 권리를 서로 포기한다는 조항, 친권행사자와 양육자를 원고로 정하는 조항이 앞쪽에 놓여 있고, 이어서 양육비와 면접교섭에 관한 조항이 나옵니다. 양육비와 면접교섭 조항은 그 자체로 따로 볼 내용이 많아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일곱 번째로 오늘 볼 조항이 나옵니다.
제7항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 D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E에 대한 청구를 모두 포기하고, 원고와 피고들은 이 사건 이혼과 관련하여 상대방에 대하여 위자료, 재산분할,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아니하며, 원고와 피고 D은 이 사건 일 현재 각자 명의대로 보유·부담하는 자산, 채무가 각자 명의대로 확정적으로 귀속됨을 확인한다는 내용입니다.
한 문장이지만 쉼표로 이어진 세 토막이 각각 다른 일을 합니다. 첫 토막은 이 사건에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청구를 정리합니다. 둘째 토막은 앞으로 낼 청구를 미리 막습니다. 셋째 토막은 지금 명의대로 되어 있는 재산과 빚을 그대로 굳혀 둡니다. 하나씩 나눠 볼게요.
첫 토막, 아직 판단받지 않은 청구가 함께 닫힙니다
첫 토막은 원고는 피고 D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E에 대한 청구를 모두 포기하고입니다. 여기서 나머지 청구란 소장에 담겨 있었지만 조정조항으로 정해지지 않은 부분을 말합니다. 재판까지 갔다면 판단을 받았을 부분이 조정으로 마치면서 함께 정리되는 것입니다.
이 사건 원고가 소장에서 구한 내용과 조정으로 정해진 내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원고는 위자료로 피고 D과 피고 E이 연대하여 5,0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구했는데, 조정에서는 피고 D이 위자료로 3,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재산분할은 3,500만 원을 구했는데 3,000만 원으로 정해졌고, 양육비는 매달 150만 원을 구했는데 매달 80만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그 차이만큼을 나중에 따로 구할 수 있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세요. 첫 토막이 닫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죠. 조정에서 정해지지 않고 남아 있던 청구는 이 문장으로 함께 정리됩니다. 조정이 성립한 뒤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남은 금액을 다시 구하려 해도, 조서에 이 문장이 들어 있으면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피고 E에 대한 청구를 포기한다는 부분은 상간자로 지목된 사람을 상대로 낸 청구까지 함께 정리된다는 뜻입니다. 상간자에 대한 청구를 포기하면 그 뒤에 어떤 이야기가 남는지는 상간자에 대한 청구를 이혼 조정에서 포기하면 어떻게 되나요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둘째 토막, 앞으로의 청구를 양쪽 모두에게 막습니다
둘째 토막은 원고와 피고들은 이 사건 이혼과 관련하여 상대방에 대하여 위자료, 재산분할,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아니하며입니다. 첫 토막이 이미 낸 청구를 정리하는 문장이라면, 이 토막은 아직 내지 않은 청구를 미리 막아 두는 문장입니다.
여기서 꼭 보셔야 할 것은 주어입니다. 원고와 피고들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청구를 포기하는 쪽에만 걸리는 문장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게 걸리는 문장입니다. 조정이 끝난 뒤에 상대방이 마음을 바꿔 나에게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청구해 오는 일도 같은 문장으로 막힙니다.
상담에서 이 부분을 설명해 드리면 안심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내가 포기하는 조항인 줄로만 아셨다가, 상대방도 같은 내용을 받아들이고 서명한 문장이라는 것을 아시고 나서입니다. 서로 더 다투지 않기로 하고 사건을 마치자는 뜻이 담긴 조항이어서, 이 문장을 넣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만 보실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이 문장에는 이 사건 이혼과 관련하여라는, 범위를 정하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이 사건 이혼과 관련된 청구인지는 조서가 따로 풀어 설명해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생길 어떤 다툼까지 이 문장에 들어가는지를 조서만 보고 단정해 옮기면 원문과 달라집니다. 조정안을 받아 보셨다면 이 범위를 어떻게 읽을지부터 대리인과 맞춰 보시는 편이 나아요.
셋째 토막, 뒤늦게 찾은 재산도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셋째 토막은 원고와 피고 D은 이 사건 일 현재 각자 명의대로 보유·부담하는 자산, 채무가 각자 명의대로 확정적으로 귀속됨을 확인한다입니다. 조정이 있던 날을 기준으로,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는 재산과 빚은 그 사람에게 그대로 귀속되는 것으로 확인해 둔다는 이야기죠.
이 사건에서 셋째 토막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고는 청구원인에 재산 내역을 적으면서 자신이 아는 범위라고 밝혀 두었고, 금융재산 등 내용이 밝혀지는 대로 청구취지를 변경하겠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재산이 남아 있다는 전제로 소를 제기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조정조항 제7항의 마지막 문장은 조정이 있던 날을 기준으로 명의대로 확정된다고 적었습니다. 밝혀지는 대로 더 다투겠다고 써 두었던 서면과, 지금 명의대로 굳힌다는 조항이 한 사건 안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조정 뒤에 배우자 명의로 된 금융재산을 새로 알게 되더라도 그 부분을 다시 꺼내기가 어려워집니다.
빚도 같습니다. 이 사건 청구원인에는 양쪽 모두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고 적혀 있었는데, 셋째 토막은 자산과 채무를 함께 묶어 명의대로 귀속된다고 정했습니다. 상대방 명의의 빚을 나중에 나눠 부담하라고 요구하기도, 반대로 내 명의의 빚을 함께 갚아 달라고 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이 사건 제2항에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의 지급기일이 각각 정해져 있고, 그 기일을 넘기면 지연손해금을 더해 지급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지급기일과 지연손해금을 왜 조항에 적어 두는지는 이혼 조정에서 지급기일과 지연손해금을 정해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요에서 따로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래서 조정안을 받으시면 금액부터 보지 마시고 마지막 조항을 먼저 소리 내어 읽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조정조서 청구 포기 조항을 세 토막으로 끊어 놓고, 첫 토막에서 무엇이 정리되는지, 둘째 토막이 누구에게 걸리는지, 셋째 토막이 어느 날을 기준으로 무엇을 굳히는지를 하나씩 짚어 보시면 됩니다. 상대방 명의 재산을 어디까지 확인하셨는지, 아직 받아 보지 못한 금융거래 내역이 남아 있는지도 조정기일 전에 정리해 두시는 편이 좋아요.
덧붙여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2024. 1. 29. 조정기일에 정리된 사건이고, 조정은 당사자들이 합의해 정한 내용이라 사정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금액이나 같은 조항이 나온다고 읽으시면 안 됩니다. 제도는 바뀔 수 있으므로 지금 사건에 옮기기 전에 현행 규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상담에서도 조서 원문과 현행 규정을 함께 펼쳐 놓고 말씀드립니다.
• 상대가 제시한 조정안 문구 전문
• 지금까지 확인된 부부 재산과 채무 목록
• 아직 확인하지 못한 재산이 있다면 그 단서
• 상간자를 상대로 별도 청구를 생각하고 있는지에 관한 의견
조정 문구는 한 문장이 여러 권리를 한꺼번에 닫을 수 있어, 서명 전에 항목별로 나눠 확인합니다. 쟁점이 여러 개인 이혼 사건은, 서울가정법원·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13년간 가사 사건을 맡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어떤 사실을 먼저 확인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유지할 청구와 조정에서 정리할 조건을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조정조서에 추가로 청구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으면 위자료를 다시 청구할 수 없나요
조서에 어떤 문장이 들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사건 조정조항 제7항에는 원고와 피고들이 이 사건 이혼과 관련하여 상대방에 대하여 위자료, 재산분할,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아니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아직 내지 않은 청구까지 함께 막아 두는 문장이라, 조정이 성립한 뒤에 같은 항목을 다시 구하기는 어려워집니다. 다만 이 사건 이혼과 관련하여라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조서가 풀어 설명하지는 않았으므로, 조정조서 청구 포기 조항의 문장을 그대로 다른 사건에 옮기기보다 조서 원문을 들고 상담에서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조정이 끝난 뒤에 배우자 명의 재산을 새로 알게 되면 재산분할을 다시 요구할 수 있나요
이 사건 조정조항 제7항의 마지막 문장은 조정이 있던 날 기준으로 각자 명의대로 보유하고 부담하는 자산과 채무가 각자 명의대로 확정적으로 귀속됨을 확인한다고 정했습니다. 이런 문장이 들어가면 뒤늦게 상대방 명의 재산을 알게 되어도 그 부분을 다시 꺼내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사건 원고는 청구원인에 금융재산 등 내용이 밝혀지는 대로 청구취지를 변경하겠다고 적어 두었는데, 조정으로 마무리하면서 명의대로 확정한다는 문장에 함께 서명했습니다. 재산 확인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면 조정기일 전에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조항은 청구한 쪽에만 불리한 것 아닌가요
둘째 토막의 주어는 원고와 피고들입니다. 한쪽만 포기하는 문장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게 걸립니다. 조정이 끝난 뒤에 상대방이 나를 상대로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청구해 오는 일도 같은 문장으로 막힙니다. 서로 더 다투지 않기로 하고 사건을 마치자는 뜻이 담긴 조항이라, 불리한지 아닌지는 문장의 주어와 범위를 함께 읽어 보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2024년에 성립된 조정인데 지금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나요
이 사건은 2024. 1. 29. 조정기일에 정리된 사건입니다. 조정은 법원이 결론을 내려 준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합의해 정한 것이라, 사정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조항이나 같은 금액이 나온다고 읽으시면 안 됩니다. 제도도 바뀔 수 있으므로 지금 사건에 옮기기 전에 현행 규정을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상담에서는 이 조서에 적힌 내용과 현재 규정을 나눠서 설명해 드리고, 조서에 없는 부분은 없다고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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