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온 것이 가출인가요, 악의의 유기인가요

2026년 08월 17일

이혼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상담에서 가장 먼저 꺼내시는 걱정 가운데 하나가 집을 나온 일입니다. 더는 같이 못 있겠다 싶어 아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그 일 때문에 본인이 불리해지는 것은 아닌지 물으십니다. 상대방이 주변에 가출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이야기, 먼저 나간 사람이 진다는 말을 들으셨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어요. 그 걱정 때문에 짐을 다시 싸서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시다가 몇 달을 그냥 보내신 분도 계셨어요. 나오기 전에도 힘드셨을 텐데 나온 뒤에 또 다른 불안을 안고 지내시는 셈이라 마음이 쓰입니다.

먼저 정리해 드리면, 집을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어느 쪽에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나오게 된 경위와 나온 뒤의 사정이 함께 있어야 그 일이 설명돼요. 오늘 함께 볼 사건은 대구가정법원 포항지원 2023드단12035 이혼 등이고, 재판으로 판단을 받은 것이 아니라 2024. 1. 29. 조정기일에 조정으로 마무리돼 조정조서가 남아 있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 원고는 이혼 사유로 민법 제840조 제1호와 제2호를 함께 들었는데 제2호가 악의의 유기입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퇴거 경위는 원고가 제출한 청구원인에 따른 것이며, 조정조항으로 확정된 내용과 구분해 살펴보겠습니다. 저희가 수행한 사건이 아니라 공개된 자료를 읽고 정리해 드리는 내용이죠.

💡 한 줄 답변
집을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느 쪽에도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습니다. 나오게 된 경위와 그 뒤의 사정이 함께 있어야 설명이 됩니다.

집을 나왔다는 사실 하나로 악의의 유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악의의 유기 일러스트

상담실에서 반복해 듣는 말씀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나가면 무조건 진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고,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 데려간 쪽이 문제가 된다고 들으셨다는 분도 계세요. 짐을 두고 나왔으니 그 집에 다시 들어갈 권리를 잃은 것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도 계세요. 어느 쪽도 그렇게 단정할 수 없는 말인데, 잘못 알고 계신 채로 상대방 말에 끌려다니시는 분들이 계셔서 안타까워요.

악의의 유기라는 말은 민법 제840조 제2호에 나오는 이혼 사유의 이름입니다.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를 이혼 사유로 정해 둔 조항인데, 여기서 유기는 집을 나간 행위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부부가 같이 살고 서로 돌보아야 하는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저버렸는지를 보는 것이라, 나가게 된 사정이 무엇이었는지가 함께 놓여야 판단이 됩니다.

그래서 같은 퇴거라도 설명이 달라져요. 상대방이 나가라고 해서 나온 경우와 아무 말 없이 짐을 싸서 나온 경우가 다르고, 나온 뒤에도 연락을 이어 가며 생활비를 주고받은 경우와 그날 이후로 서로 연락이 끊긴 경우가 다릅니다. 폭언이나 폭력이 있어 피해 나온 경우가 있고, 상대방의 다른 관계 때문에 도저히 한집에 있을 수 없어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나왔다는 사실만 떼어 놓고 보면 이 차이가 전부 사라집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예요. 나가라는 말을 들어서 나왔다는 사정 역시 말씀만으로는 정리되지 않아요. 그 말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그 뒤에 어떤 연락이 오갔는지가 남아 있어야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상담에서 나온 날짜부터 여쭙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날짜가 정해져야 그 앞뒤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가 보이기 때문이죠.

이 사건에서 원고가 서면에 적은 내용

악의의 유기 상담

이 사건 원고가 청구원인에 적은 경위는 이렇습니다. 2023. 8. 23. 피고가 이혼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원고가 거부하자 모욕과 협박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뒤 원고는 사건본인인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와 친정집에 머무는 중이라고 적었습니다. 현관의 비밀번호마저 바뀐 상황이고 짐도 제대로 가져 나오지 못했다는 내용도 함께 기재돼 있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짚어 드릴 것이 있습니다. 지금 옮겨 드린 내용은 전부 원고가 제출한 서면에 적힌 주장이지 법원이 그렇다고 인정한 사실이 아닙니다. 비밀번호가 바뀌고 짐을 가져 나오지 못한 상황을 어떻게 정리하는지는 그것대로 따로 다룰 이야기라 배우자가 나가라고 하고 현관 비밀번호까지 바꿨다면 어떻게 하나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원고가 이혼 사유로 민법 제840조 제2호만 든 것은 아닙니다. 제1호인 부정한 행위도 함께 들었습니다. 두 가지를 함께 주장한 형태인데, 상담에서 만나는 사건도 이런 모양인 경우가 적지 않아요. 상대방의 다른 관계 때문에 갈등이 커졌고 그 과정에서 집을 나오게 됐다면, 나온 일만 떼어 설명할 때 앞뒤가 비어 버립니다. 그래서 서면을 쓸 때도 두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함께 적게 됩니다.

주의해서 보실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사건은 조정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원고가 든 두 조항 가운데 어느 것도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원고 주장이 받아들여진 사건이 아니라 그 주장을 하며 시작된 사건입니다. 인터넷에 도는 정리 글 가운데 이런 사건을 두고 법원이 인정했다고 적어 놓은 자료가 있다면 원문과 다르니 그대로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정으로 마무리된 사건이라 확인되지 않는 부분

조정조항에 담긴 내용은 이렇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기로 했고, 피고가 원고에게 2024. 2. 29.까지 위자료로 3,000만 원, 2024. 6. 30.까지 재산분할로 3,000만 원을 각 지급하기로 정해졌습니다. 두 금전은 성격이 다르므로 합쳐서 한 덩어리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위자료는 위자료대로, 재산분할은 재산분할대로 따로 정해진 항목입니다.

친권행사자와 양육자로는 원고가 지정됐고, 양육비와 면접교섭에 관한 내용도 조정조항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오늘 이야기와 별개로 정리할 내용이 많습니다. 외도 주장과 퇴거, 재산과 아이 문제가 한꺼번에 얽혔을 때 어디부터 손대는지는 외도와 퇴거, 재산분할과 양육권이 한꺼번에 얽혔다면 어디부터 정리하나요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조정은 당사자가 합의해 사건을 마무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금액이 어떤 계산으로 나왔는지, 원고가 주장한 퇴거 경위가 얼마만큼 반영됐는지는 조서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재판으로 끝까지 갔다면 남았을 판단 이유가 이 사건에는 없습니다. 비슷한 사정이면 같은 금액과 같은 조건이 된다고 읽으시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자료에서 볼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고가 어떤 사실을 어떤 순서로 적어 냈는지, 어떤 조항을 들어 주장했는지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혼을 요구받은 날짜를 먼저 적고, 그 뒤 무슨 말이 오갔는지를 적고,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게 됐다는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집을 나온 일을 서면에서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실 자료로는 충분합니다.

나온 경위가 설명되려면 무엇이 남아 있어야 하나

아래 내용은 이 사건 조서가 제시한 목록이 아니라 저희가 상담에서 일반적으로 확인하는 준비 방향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집을 나오게 된 사정은 기억만으로는 정리되지 않고, 그날 앞뒤로 남아 있는 것들이 있어야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먼저 보는 것은 집을 나오기 직전과 직후에 오간 연락입니다. 메시지와 통화 기록, 그 무렵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낸 연락에 상황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가라는 말을 들으셨다면 그 말이 오간 대화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몸을 피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그 사정을 누군가에게 알린 기록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진단서나 신고 내역처럼 그날의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가 있으면 함께 봅니다. 이런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거나 발급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어 먼저 챙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주소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서류로 정리해 둡니다. 언제부터 어디에 머물렀는지가 남아 있어야 나온 시점과 그 뒤의 생활이 설명됩니다. 친정이나 지인 집에 머무는 중이라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신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는 그 기간을 보여 줄 다른 자료를 찾습니다. 짐이 아직 그대로 있는지, 가져 나온 것이 어디까지인지도 사진이나 목록으로 정리해 두시면 나중에 다투게 될 때 도움이 됩니다.

나온 뒤에 생활비가 오갔는지도 확인합니다. 계좌 이체 내역처럼 숫자로 남는 자료는 두 사람 사이가 완전히 끊겼는지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이어져 있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별거 기간의 생활비를 어떻게 정리하는지는 그것대로 긴 이야기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려 하거나 연락을 시도한 기록을 봅니다. 짐을 가지러 가겠다고 한 연락, 아이 문제로 만나자고 한 연락, 대화를 해 보자고 보낸 메시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기록이 남아 있으면 집을 나온 일이 관계를 저버린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택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상대방이 응답하지 않았다면 응답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도 함께 남습니다.

상담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

반대 방향도 함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집을 나온 뒤 연락도 왕래도 전혀 없이 시간이 길게 흐르면 그 기간을 설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나올 당시의 사정이 아무리 분명해도, 그 뒤로 몇 년을 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은 그 침묵을 자기 쪽 이야기로 가져갑니다. 나온 뒤에도 최소한의 연락과 기록을 남겨 두시라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결론부터 말씀드리지 않고 확인할 내용을 먼저 여쭙습니다. 언제 나오셨는지, 나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나온 뒤 지금까지 상대방과 어떤 연락이 오갔는지를 순서대로 여쭙습니다. 아이와 함께 나오셨다면 아이가 지금 어디서 누구의 도움을 받아 지내는지, 그 전에는 주로 누가 돌봐 왔는지도 함께 봅니다.

말씀하시기 불편한 사정이 있어도 빼놓지 않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불리해 보이는 이야기를 덜어 내고 상담하면 그 이야기가 상대방 서면에서 먼저 나올 때 대응이 늦어집니다. 저희가 미리 알고 있으면 어떻게 설명할지 준비할 시간이 생기지만, 상대방 서면에서 처음 보게 되면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나오기 전에 본인이 했던 말이나 행동이 마음에 걸리신다면 그 부분부터 먼저 말씀해 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2024. 1. 29. 조정기일에 정리된 것이므로, 지금 사건에 그대로 옮기기 전에 현행 규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오래된 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은 설명이 인터넷에 적지 않아, 상담에서는 원문과 현행 규정을 함께 펼쳐 놓고 말씀드립니다. 집을 나온 일이 걱정되어 아무것도 못 하고 계셨다면, 그 걱정 자체가 상담에서 먼저 정리할 내용입니다.

📋 상담 전 준비하면 좋은 자료
• 집을 나오게 된 날 전후의 연락과 대화
• 주소 변동이 확인되는 서류
• 나온 뒤 생활비가 오갔는지 알 수 있는 내역
• 돌아가려 하거나 연락을 시도한 기록이 있다면 그 자료
이 사건, 누가 검토하나요
집을 나온 사실 하나로 결론이 나지 않으므로, 그 전후 사정을 고르게 정리합니다. 쟁점이 여러 개인 이혼 사건은, 서울가정법원·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13년간 가사 사건을 맡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어떤 사실을 먼저 확인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유지할 청구와 조정에서 정리할 조건을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제가 먼저 집을 나왔는데 악의의 유기가 되나요

나왔다는 사실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2호는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를 이혼 사유로 정해 둔 조항인데, 나가게 된 사정과 나온 뒤에 두 사람 사이에 무엇이 오갔는지를 함께 봅니다. 상대방이 나가라고 해서 나온 경우, 폭언이나 폭력을 피해 나온 경우, 나온 뒤에도 연락과 생활비가 오간 경우는 설명이 달라집니다. 그날 앞뒤로 남아 있는 연락 기록과 주소 변동 서류를 먼저 정리해 오시면 상담이 빨라집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주장이 받아들여진 건가요

그렇게 읽으시면 안 됩니다. 대구가정법원 포항지원 2023드단12035 사건은 2024. 1. 29. 조정으로 마무리됐고, 원고가 민법 제840조 제1호와 제2호를 들어 주장했다는 사실까지가 서면에 남아 있습니다. 조정은 당사자가 합의해 사건을 마무리한 것이라 법원이 그 주장을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조정조항에는 이혼과 위자료 3,000만 원, 재산분할 3,000만 원 등이 담겨 있지만, 각 항목이 어떤 계산으로 정해졌는지는 조서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것도 문제가 되나요

아이를 데리고 나온 사실 그 자체가 곧바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 원고도 자녀를 데리고 나와 친정집에 머물고 있다고 서면에 적었고, 조정조항에서는 원고가 친권행사자 및 양육자로 지정됐습니다. 다만 조정은 합의로 정해진 것이므로 같은 사정이면 늘 같은 결과가 된다는 뜻으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아이가 지금 어디서 누구의 도움을 받아 지내는지, 그 전에는 주로 누가 돌봐 왔는지를 정리해 두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2024년에 조정된 사건인데 지금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나요

이 사건은 2024. 1. 29. 조정기일에 정리된 것입니다. 제도는 바뀔 수 있으므로 지금 사건에 옮기기 전에 현행 규정을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조정으로 정해진 금액과 조건은 당사자 합의로 나온 것이라 다른 사건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상담에서는 이 사건에서 확인되는 내용과 현재 규정을 나눠서 설명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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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법률 상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사건 자료를 기준으로 쟁점을 함께 검토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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