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부적절한 정황이 담긴 영상이나 대화를 모아 두고 이 자료로 이혼과 위자료가 되는지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그 영상이 재판에서 증거로 다뤄지는지와 그 영상이 무엇까지 증명하는지를 나누어 보셔야 합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23드단6216(본소), 2024드단7742(반소) 판결(2024. 12. 4. 선고)이 바로 그 차이를 보여 준 사건입니다. 남편이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은 재판에서 그대로 다뤄졌고, 법원은 그 영상에 신체적인 접촉이 일부 있어 보이는 사실까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도 부정행위는 인정되지 않았고, 남편이 청구한 위자료 3,000만 원은 기각됐습니다.
상담에서 블랙박스 부정행위 입증을 두고 자주 나오는 오해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몰래 확인한 영상이라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영상에 접촉 장면이 남아 있으면 부정행위가 곧바로 인정된다는 생각입니다. 이 판결은 두 생각 모두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인정하지 않았는지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신체 접촉이 담긴 영상과 자극적인 발언이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부정행위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은 어떻게 재판에 들어왔나

이 사건에서 영상이 나온 경위는 이렇습니다. 남편이 아내 차량의 블랙박스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2021. 8. 11.경 아내가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남편은 이 영상을 근거로 아내의 부정행위를 주장했고, 영상은 판결문 별지 2에 편입되어 재판에서 다뤄졌습니다. 우연히 확인하게 된 영상이 그대로 소송 자료가 된 사건입니다.
영상이 나오기 전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의심이 쌓여 있었습니다. 아내는 남편 휴대폰에 설치한 위치공유앱이 자주 꺼져 있고 현금 인출 기록이 삭제되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남편을 의심하게 됐고, 대화가 점점 단절됐습니다.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상담을 받기로 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양육 방식의 차이 등으로 다툼이 이어졌습니다. 이 부부의 불신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는 결혼 전 전혼 사실을 숨긴 배우자, 이혼 사유가 되나요에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기에서 짚어 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영상을 증거에서 빼지 않았습니다. 영상은 별지에 편입되어 판단 대상에 올라갔고, 법원은 그 영상에서 확인되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재판에서 문제가 된 지점은 영상을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영상이 무엇까지 증명하느냐였습니다. 블랙박스 부정행위 입증에서 실제로 막히는 대목이 여기입니다.
법원이 말하는 부정행위의 범위

민법 제840조 제1호는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이혼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재판부는 부정행위의 뜻을 설명하면서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0므4095 판결을 인용했습니다. 그 법리는 부정행위란 간통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법리만 보면 성관계가 확인되지 않아도 부정행위가 될 수 있으니 접촉 장면이 남은 영상이 있으면 그것으로 인정되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상담에서도 그렇게 여쭤보시는 분이 많습니다. 부정행위의 범위가 간통보다 넓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그 설명 자체는 대법원이 밝힌 법리가 맞습니다.
그런데 같은 판례에는 문장이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야 한다는 부분이죠. 범위가 넓다는 말과 이 사건에서 인정된다는 말이 같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장면이 어떤 정도로 어떤 상황에서 있었는지가 함께 평가되기 때문이죠.
신체 접촉이 인정됐는데도 결론이 달랐던 이유
법원이 이 사건에서 인정한 사실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2021. 8. 11.경 아내가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블랙박스 영상에 촬영되었고 그 영상에 신체적인 접촉이 일부 있어 보이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부부 대화 중 아내가 특정 발언들을 한 사실입니다. 남편이 주장한 정황 가운데 이 두 가지는 판결문에 인정 사실로 적혔습니다. 남편이 내놓은 자료가 통째로 배척된 사건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반대로 났습니다. 판결문은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 또는 발언만으로 원고가 다른 남성과 부정한 관계에 있었다거나 그와 같은 부정행위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적었습니다. 접촉이 있어 보인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과, 그 사실이 부정한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판단입니다. 블랙박스 부정행위 입증을 준비하실 때 가장 먼저 나누어 보셔야 할 두 가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보실 부분이 바로 그 대목입니다. 사실로 인정되는 것과 그 사실이 증명하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남편은 이 밖에도 아내가 친구를 만난다고 하고 다른 남성들과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거나 외박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들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함께 배척됐습니다. 아내가 다른 남성과 부정한 관계에 있었다는 점은 이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부정행위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남편이 반소로 청구한 위자료 3,000만 원도 기각됐습니다. 이 사건에서 위자료를 청구한 사람은 남편뿐이었고, 법원은 파탄의 책임이 두 사람 모두에게 있으며 그 크기도 대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자료가 기각된 판단 전체는 서로 잘못이 비슷하면 위자료는 어떻게 되나요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안 날부터 6개월, 각주 한 줄이 정리한 것
이 판결에는 각주가 한 줄 달려 있습니다. 남편이 2021. 8. 11.경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후 6개월이 경과하여 반소가 제기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민법 제840조 제1호의 이혼사유는 제척기간 도과(민법 제841조)로 허용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부정행위가 인정되는지와 별개로, 그 사유를 들어 이혼을 구하는 청구 자체가 기간을 넘겼다는 판단입니다.
날짜를 놓고 보면 간격이 큽니다. 영상에 담긴 일은 2021년 8월의 일이고, 남편이 반소를 낸 날은 2024. 5. 27.입니다. 그 사이에 2년 9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내가 본소를 낸 날은 2022. 11. 20.이니, 남편은 이미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여기에서 정확히 구분해 두실 점이 있습니다. 민법 제841조가 정한 이 기간은 민법 제840조 제1호,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한 이혼 청구에 걸리는 기간입니다. 조문은 그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그 사유로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각주도 아내가 다른 남성과 부정한 관계에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한 이상, 남편이 주장한 부정행위가 불화를 일으킨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화에 남은 자극적인 말은 어떻게 읽혔나
남편이 함께 내놓은 자료에는 부부 대화에 남은 아내의 발언들이 있었습니다. 2021. 11. 22.경부터 2022. 7. 8.경 사이에 나온 말들로, “난 남자가 필요한데 이젠 오빠 아니어도 되고”, “그 말이 더 웃기다. 열심히 바람피울게 난 그럼”, “오빠한테 사랑받길 포기한 거. 다른 사람한테 예뻐 보이려 한거”, “난 남자가 필요해. 오빠랑 뭘 참고 가야하는 지 모르겠어.”라는 내용입니다. 문장만 떼어 놓고 보면 상당히 강한 말들입니다.
법원은 아내가 이런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발언이 있었는지를 두고 다툰 사건이 아니라, 그 발언이 무엇을 증명하는지가 문제였습니다. 결론은 앞에서 본 문장 그대로입니다. 행위 또는 발언만으로는 아내가 다른 남성과 부정한 관계에 있었다거나 그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이 사건의 블랙박스 부정행위 입증은 영상과 대화를 합쳐도 관계 자체를 확인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혼 청구는 본소와 반소 모두 받아들여졌습니다. 근거는 부정행위가 아니라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였습니다. 법원은 애정과 신뢰가 이미 상실되어 더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정황 자료를 모아 두셨다면
영상 파일과 대화 캡처를 잔뜩 모아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료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시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몰래 확인한 자료라 못 쓴다고 미리 접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판결이 보여 주는 그림은 그 두 걱정과 조금 다릅니다. 자료는 재판에 들어갔고, 남은 문제는 그 자료가 어디까지 말해 주느냐였습니다.
그래서 상담에 오실 때는 자료를 시간 순서로 정리해 오시면 도움이 됩니다. 언제 남은 장면인지, 그 앞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같은 시기에 남아 있는 다른 자료는 무엇인지를 함께 적어 두시면 확인이 빨라집니다. 장면 하나를 앞뒤 사정과 잇는 대목에서 판단이 나뉘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그렇게 늘어놓고 보아야 어디가 부족한지도 함께 보입니다.
기간도 함께 확인하셔야 합니다.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구하실 생각이라면 민법 제841조가 정한 기간이 걸립니다. 이 사건에서도 남편이 영상 속 일을 알게 된 뒤 반소를 낼 때까지 흐른 시간이 각주 한 줄로 정리됐습니다. 언제 알게 되셨는지를 먼저 짚어 두시는 편이 좋아요.
이 사건의 결말을 다시 적어 두겠습니다. 이혼은 본소와 반소 모두 민법 제840조 제6호로 받아들여졌고, 남편이 청구한 위자료 3,000만 원은 기각됐으며, 아내의 부정행위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종류의 영상이라도 앞뒤 사정과 함께 남은 자료가 무엇인지에 따라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가지고 계신 자료가 어디까지 말해 주는지 궁금하시면 정리해서 가져와 보시기 바랍니다.
• 영상·사진을 언제 어떤 경위로 확보했는지 적어 둔 기록
• 해당 장면의 날짜와 시각이 확인되는 원본 파일
• 상대방과 주고받은 대화 중 관련 내용이 담긴 메시지 전문
• 그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정황 자료만 있는 사건은 자료의 양보다 그 자료가 무엇을 증명하는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혼인 파탄의 책임과 재산분할이 함께 다퉈지는 이혼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어떤 사정을 먼저 확인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형사 절차 기록과 재산 자료를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블랙박스에 접촉 장면이 찍히면 부정행위가 인정되나요?
이 사건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블랙박스 영상에 신체적인 접촉이 일부 있어 보이는 사실을 인정하고도, 그 행위만으로 아내가 다른 남성과 부정한 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0므4095 판결은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를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장면 하나가 아니라 그 장면이 놓인 앞뒤 사정과 다른 자료가 함께 평가됩니다. 같은 영상이라도 사건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몰래 확인한 영상도 재판에서 다뤄지나요?
이 판결에서는 다뤄졌습니다. 남편이 아내 차량의 블랙박스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영상은 판결문 별지 2에 편입되어 판단 대상이 됐고, 법원은 그 영상에서 확인되는 사실을 인정 사실로 적었습니다. 판결문에는 이 영상을 증거에서 빼야 한다고 판단한 부분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지점은 영상을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영상이 무엇까지 증명하느냐였습니다. 자료를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관한 판단은 사건마다 다릅니다.
부정행위를 안 지 6개월이 지나면 이혼을 못 하나요?
민법 제841조는 민법 제840조 제1호,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한 이혼 청구에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그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그 사유로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이 사건 각주도 남편이 2021. 8. 11.경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후 6개월이 지나 반소를 제기했음이 역수상 명백하다는 이유로 민법 제840조 제1호의 이혼사유는 허용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이혼 청구 자체는 민법 제840조 제6호를 근거로 본소와 반소 모두 받아들여졌습니다. 기간이 지났는지와 이혼이 되는지는 나누어 확인하셔야 합니다.
바람피우겠다고 말한 대화도 증거가 되나요?
이 사건에서 아내의 발언들은 인정 사실로 판결문에 적혔습니다. 2021. 11. 22.경부터 2022. 7. 8.경 사이 부부 대화에 남은 말들이었고, 법원은 그런 발언을 한 사실 자체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그 발언만으로 부정한 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발언이 있었다는 점과 그 발언이 관계를 증명한다는 점은 나뉘어 판단됐습니다. 대화에 남은 말이 어떤 무게로 읽히는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정황 자료는 어떻게 정리해서 상담에 가져가면 되나요?
시간 순서로 정리해 오시면 확인이 빠릅니다. 영상이나 대화가 언제 남은 것인지, 그 앞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같은 시기에 남아 있는 다른 자료가 무엇인지를 함께 적어 두시면 됩니다. 이 판결에서 보시듯 장면 하나가 인정되는 것과 그 장면이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다르게 판단됩니다. 언제 그 사실을 알게 되셨는지도 함께 적어 두시면 민법 제841조가 정한 기간을 같이 확인해 드릴 수 있습니다. 가지고 계신 자료가 어디까지 말해 주는지는 자료를 놓고 보아야 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 변호사가 직접 쓴 심화 칼럼 「상간소송 혼인파탄 항변, 별거 중이었다면 위자료 책임이 없을까 — 대법원 2011므2997·2022므13504」 › 이 주제를 법무법인 존재 블로그에서 더 깊이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