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를 시작한 뒤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려고 빌린 돈이 있다면, 그 채무가 재산분할에서 나눌 빚으로 인정되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재산분할에서 채무는 빌린 사실이 있는지가 아니라 부부가 공동생활을 하면서 생긴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다뤄지기 때문이죠. 저희가 상담에서 먼저 여쭤보는 것도 돈을 빌린 시기가 별거 앞인지 뒤인지,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어느 범위까지 주장해 볼 수 있는지 윤곽이 잡힙니다.
수원고등법원 2023르13101 판결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습니다. 아내는 별거 이후 자신과 자녀들의 생활비와 학비를 위해 빌린 채무를 소극재산에 넣어 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차용금 채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돈을 빌려 실제로 생활에 썼다는 사정이 있었는데도 나눌 대상에서는 빠진 사안입니다. 빌린 사실만 강조해서는 부족했다는 뜻이라, 판결이 어떤 사실을 들어 배척했는지 그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별거 뒤 빌린 돈이라도 부부가 함께 쓰기 위한 채무로 보기 어렵다면 재산분할에서 소극재산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이 밝힌 세 가지 배척 이유

법원이 든 첫 번째 이유는 자녀들이 각 성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파탄 이후 남편과 협의해 자녀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자 돈을 빌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송금인 명의와 그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차용금 채무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채무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따진 것이 아니라, 그 채무가 부부가 함께 부담할 성격인지를 따진 판단이라는 점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또 하나 살펴보실 부분은 채무가 생긴 시기입니다. 이 사건에서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깨진 날은 2022. 2. 14.이었고, 문제가 된 채무는 그 뒤에 생겼습니다. 파탄 이후에 생긴 채무는 부부가 함께 생활하면서 만든 것이라고 곧바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생활과 이어지는 사정을 따로 보여 주지 못하면 빌린 사람 개인의 채무로 남습니다. 별거 뒤에 빌린 돈이라면 차용증과 입금 내역을 갖추어 빌린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죠.
실제로 쓴 돈인데도 왜 빠지나요

재산분할에서 채무까지 함께 계산하는 이유는 부부가 함께 만든 재산관계를 공평하게 청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채무도 부부 공동생활에서 생긴 것인지를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그 돈이 아내와 자녀들의 생활에 쓰였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그 지출을 부부가 함께 부담하기로 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별거 이후에는 각자 생활을 꾸리게 되는 만큼, 지출이 있었다는 사실과 공동으로 부담할 채무라는 판단이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채무를 언제 진 것으로 볼지는 재산분할에서 시점을 정하는 방식과도 맞물립니다. 나눌 재산과 채무는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깨진 날 보유하던 것을 대상으로 삼고 그 값은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하는데, 이 두 날짜가 어떻게 나뉘는지는 재산분할 기준시점을 파탄일과 변론종결일로 나누어 보는 이유에서 정리해 뒀어요. 별거 이후에 생긴 채무가 대상에서 빠지는 것도 같은 기준에서 나온 판단이니 함께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입니다.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같은 빚도 대상에 들어가기도 하고 빠지기도 합니다.
별거 기간 채무를 주장하실 때 준비할 자료
자료는 별거를 시작한 시점을 가운데 두고 앞뒤로 나누어 정리하시면 보기 편합니다. 별거 전에 부부가 함께 부담하던 생활비가 어느 정도였는지, 별거 이후에는 같은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했는지 월별로 적어 두시는 것입니다. 카드 명세와 계좌이체 내역, 임대료와 관리비 납부 내역, 학비 납입 영수증을 시기별로 묶어 두시면 별거 기간에 실제로 어떤 지출이 있었는지 한눈에 보이고, 빌린 돈이 그 지출과 맞물리는지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시기가 이어지는 자료가 함께 있으면 설명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채무 자체를 증명하는 자료도 함께 필요해요. 차용증과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입금 내역, 이자와 원금 상환 내역이 있으면 빌린 돈이라는 점을 보여 줄 수 있어요. 다만 이런 자료가 갖춰져도 별거 이후에 생긴 채무가 언제나 나눌 빚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사건에 따라 판단이 다릅니다. 저희는 채무가 생긴 시기를 먼저 확정한 뒤에 어느 범위까지 주장할지, 상대방이 내세우는 채무는 어떤 근거로 다툴지를 함께 정하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넓게 주장하기보다 설명이 되는 부분부터 정리하는 편이 나아요.
• 차용 시점과 금액이 적힌 차용증이나 이체 내역
• 빌린 돈이 실제로 쓰인 내역
• 상대방과 협의한 사실을 보여주는 대화 기록
• 별거 시작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별거 기간에 생긴 채무는 인정 여부가 사건마다 달라, 사용처와 협의 여부를 함께 봅니다. 법무법인 존재의 비상장주식·사업체 재산분할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윤지상 대표변호사와, 금융기관 법무팀 경험을 갖춘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함께 확인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별거 기간에 빌린 생활비는 모두 인정되지 않나요
모두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파탄 이후에 생긴 채무는 부부 공동생활과 이어지는 사정을 따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협의 여부와 송금인 명의 등에 비추어 공동생활을 위한 차용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됐습니다.
자녀 학비로 쓴 돈도 마찬가지인가요
이 판결에서는 자녀들이 각 성년이라는 점이 판단 요소의 하나로 언급됐습니다. 자녀의 나이와 지원 경위, 상대방과 협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학비 납입 자료와 그 무렵 오간 대화를 함께 정리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상대방 명의 채무는 어떻게 다뤄지나요
명의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각자 명의의 재산과 채무를 확정하되, 그 채무가 부부 공동생활에서 생긴 것인지 따로 확인합니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채무 역시 생긴 시기와 쓰인 곳을 확인해 다투실 수 있으니 목록을 받으시면 날짜부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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