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한 뒤에 사이가 나빠졌고 결국 이혼까지 원하게 됐다면, 애초에 혼인할 뜻이 없었던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은데요. 그런데 혼인무효 재판이 보는 것은 신고를 하던 그 시점의 의사 하나뿐이라서, 그 뒤에 생긴 이혼 의사는 다른 절차에서 따로 다뤄집니다.
부산가정법원 2014드단11112(본소)·2016드단4576(반소) 판결(2016년 7월 15일 선고)이 두 의사를 분명히 나눠 판단했습니다. 어떻게 갈라 보았는지 정리해 드릴게요.
혼인무효 재판은 신고 당시 의사만 봅니다. 신고 뒤에 생긴 이혼 의사는 이혼·위자료·재산분할에서 따로 다뤄집니다.
무효 재판이 보는 시점은 하나입니다

혼인무효는 그 혼인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니 확인 대상도 신고 시점에 법률상 부부가 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로 한정됩니다. 판결문의 법리 부분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배우자 일방이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동의나 승낙을 얻었거나 상대방에게 혼인의 의사가 존재하고 있었을 때에는 일방이 한 혼인신고도 유효하다
신고 이후에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거나 나중에 이혼을 원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바로 결론 내리기는 어려워요.
이 사건에서 두 의사가 나타난 순서

판결문에 남은 시점을 신고일 앞뒤로 나눠 보면 이렇게 정리돼요.
| 시점 | 사실 | 어느 의사와 관련되나 |
|---|---|---|
| 1997년 12월경 ~ 2013년 8월 | 내연 관계로 지내기 시작해 1998년 12월 7일 매수한 아파트에서 동거 | 신고 당시 의사 |
| 2013년 8월 23일 | 한쪽이 상대의 도장과 주민등록증으로 혼인신고 | 신고 당시 의사 |
| 2014년 4월경 | 현관 비밀번호가 바뀌며 별거 시작 | 이후 이혼 의사 |
| 2014년 5월 27일 | 이혼청구의 소 제기 | 이후 이혼 의사 |
| 2014년 7월 8일 | 청구취지를 혼인무효확인으로 변경 | 이후 이혼 의사 |
아래 세 줄은 모두 신고일보다 뒤에 일어난 일입니다. 재판부가 무효 여부를 판단하면서 이 사정들을 신고 당시 의사가 없었다는 근거로 삼지 않았어요.
신고 시점 의사는 무엇으로 확인되나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두 가지를 보았습니다. 첫째, 혼인신고서 작성에 승낙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설령 승낙이 없었더라도 사실혼 관계에 있던 한쪽이 신고를 한 경우라면 상대방이 혼인의사를 명백히 철회했거나 사실혼을 해소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혼인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니 신고 당시 의사를 다투려면 신고일 이전에 혼인의사를 거둬들였다는 사정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신고 뒤의 감정은 이 판단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후 의사는 어디에서 다뤄지나
신고 뒤에 생긴 이혼 의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다뤄지는 곳이 달라져요.
- 혼인무효 — 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있었는지
- 이혼 — 혼인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는지
- 위자료 — 파탄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정신적 손해가 얼마인지
- 재산분할 — 재산을 만들고 지키는 데 각자 어떻게 기여했는지
이 사건에서도 무효 청구는 기각됐지만, 상대방이 낸 반소로 이혼과 위자료가 인정됐습니다. 같은 사실이 절차마다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라, 무엇을 어느 절차에 낼지부터 정하셔야 합니다.
• 혼인관계증명서 — 신고일 확인
• 신고일 이전에 오간 문자·카카오톡·이메일
• 신고일 이전에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말한 기록
• 신고 이후에도 함께 생활했음을 보여 주는 자료
• 별거 시작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
• 진행 중인 사건이 있다면 사건번호와 청구취지
신고일을 기준으로 앞뒤 사정을 나누는 일이 사건의 첫 단추입니다. 가사와 형사가 함께 걸린 사건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형사에서 나온 판단을 가사재판에 어떻게 낼지 살피고, 서울가정법원·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13년간 가사 사건을 맡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어떤 사실을 먼저 확인하는지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신고 뒤에 바로 이혼을 원했으면 혼인의사가 없었던 건가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판결은 신고 당시 의사를 판단 대상으로 삼았고, 신고 이후의 사정만으로 그때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습니다.
Q2. 신고 전에 헤어지자고 말한 적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 말이 언제 어떤 형태로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혼인의사를 명백히 철회했거나 사실혼을 해소하기로 합의한 사정이 인정되면 추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날짜가 남는 문자나 대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Q3. 두 의사를 한 소송에서 함께 다툴 수 있나요?
청구를 어떻게 배치할지는 사건마다 다르게 설계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이혼 청구를 혼인무효확인으로 바꿔서 냈고, 그 청구가 기각되면서 남은 것이 없었습니다.
Q4. 신고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면 시점은 어떻게 보나요?
알게 된 시점과 그 뒤의 대응이 함께 확인됩니다. 알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기간이 길면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볼 여지가 생기므로, 알게 된 직후의 기록을 남겨 두셔야 합니다.
Q5. 이 판결이 모든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나요?
아닙니다. 부산가정법원의 개별 1심 판단이고, 약 17년의 동거와 경제적 유대관계라는 구체적 사정을 전제로 합니다. 사정이 다르면 결론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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