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관계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인데 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면, 이혼을 청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어 법원이 예외로 인정한 사정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저희에게 문의하시는 분들 중에는 자신에게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알면서도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런 경우 상담에서 가장 먼저 짚는 것은 잘못의 유무 자체가 아니라, 그 잘못이 지금도 이혼 청구를 막을 만큼 남아 있는지입니다. 법원이 이 판단을 어떤 문구로 정해 두었는지 알고 나면, 지금 정리해 두어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도 함께 보이게 됩니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은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세 가지 사정을 들어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책배우자 예외 사유로 제시된 그 세 가지가 각각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법원이 각 사정을 판단할 때 실제로 어떤 사실을 살피는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마지막에는 실제 판결에서 이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도 함께 보시겠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세 가지 경우를 들었습니다.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으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더라도 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삼아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이 오래 유지해 온 판단 기준입니다. 혼인이 실제로 깨졌다는 사실만 인정되면 누구든 이혼을 구할 수 있게 될 경우, 관계를 깨뜨린 쪽이 스스로 만든 결과를 내세워 상대방을 혼인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축출이혼이라고 부르며, 원칙은 바로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해 세워진 것입니다. 혼인이 깨졌다는 사실 못지않게 누가 그 파탄에 주된 책임을 지는지를 법원이 먼저 살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원칙이 어떤 사정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은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판단의 기준이 잘못이 있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잘못이 지금 어느 정도로 남아 있는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아래 세 가지는 그 특별한 사정을 판결이 예시로 든 내용입니다.
유책배우자 예외 사유로 든 세 가지 사정

첫째는 상대방 배우자가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혼인의 계속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해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죠. 여기서 보는 것은 상대방이 소송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동안의 행동입니다. 혼인을 이어 갈 뜻이 실제로 남아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실들, 예를 들어 관계를 정리하려고 해 온 행동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있었는지가 확인 대상이 됩니다. 시점이 남는 문자나 통화 내역, 서로 주고받은 서면이 그 사실을 보여 주는 바탕이 됩니다.
둘째는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문구가 상쇄할 정도라고 되어 있어서, 얼마간 도왔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과 자녀 양쪽에 대한 배려를 함께 봅니다. 셋째는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성과 상대방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죠. 세 가지는 각각 독립된 사정으로 예시된 것이어서 모두 갖추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지만, 어느 하나라도 그 정도에 이르렀는지는 사실과 자료로 확인돼요.
이 사건에서 예외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
부산가정법원 2021드단214506 사건에서 원고는 상대방 배우자와 그 상간자를 함께 피고로 삼아 이혼과 위자료, 자녀에 관한 청구를 냈습니다. 법원은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그 파탄의 주된 책임은 청구를 낸 원고에게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부정행위 상대방과 관계를 이어 왔고, 상대방 배우자가 이를 알고 따지자 집을 나가 그 상대방과 생활했다는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이혼을 구한 쪽과 파탄의 주된 책임을 지는 쪽이 같았던 사건이죠.
원고는 상대방 배우자에게도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다퉜지만, 그 부분은 원고가 이미 용서한 사실이 인정되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이 앞서 본 유책배우자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고, 2022. 4. 19. 원고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혼을 전제로 한 나머지 청구도 함께 기각됐습니다. 파탄이 인정됐는데도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므로, 혼인이 깨졌는지와 누가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구할 수 있는지는 따로 판단된다는 점을 이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별거 기간과 그 사이의 연락 내용
• 상대방과 자녀에 대해 지원해 온 내역
• 상대방이 이혼에 관해 밝힌 의사가 담긴 기록
• 파탄 이후 지금까지 달라진 사정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별거 기간과 지원 내역으로 판단되므로 자료 정리가 먼저입니다. 유책 여부와 파탄 시점이 함께 다퉈지는 이혼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어떤 사정을 먼저 확인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부정행위 관련 자료와 상대방 주장을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책배우자 예외 사유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하나요?
세 가지는 판결이 예시로 든 각각 독립된 사정이어서 모두 갖추어야 하는 요건은 아닙니다. 다만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는 점은 청구하는 쪽이 사실과 자료로 밝혀야 하고, 법원은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별거가 오래되면 세월의 경과 사정이 인정되나요?
기간이 길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성과 상대방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실제로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되었는지를 봅니다. 별거 기간과 그사이 오간 연락, 생활비 지원 여부를 시기별로 정리해 두시면 확인이 빠릅니다.
상대방이 이혼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면 첫 번째 사정은 다투기 어렵나요?
판결 문구 자체가 표면적으로는 불응하면서 실제로는 혼인의 계속과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들고 있어, 말과 행동이 다른 사정이 있다면 그 부분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그 행동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있었는지를 시기순으로 남겨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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