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등본을 떼어 봤더니 가압류 등기가 올라와 있다며 급하게 연락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가 끊어진 뒤 상대방이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받겠다면서 살던 집에 조치를 걸어 둔 경우입니다. 이미 세를 놓았거나 매매를 앞두고 있었다면 상대방과의 다툼보다 그 계약을 어떻게 지킬지가 먼저 급해집니다. 사실혼 가압류 대응은 감정을 정리하는 일보다 등기와 계약 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돼요.
오늘은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7드단12448 사건에서 실제로 있었던 가압류 하나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1년 가까이 사실혼 관계였던 두 사람이 헤어지는 과정에서 한쪽이 상대방 집을 가압류했고, 두 주가 채 되지 않아 취하됐습니다. 가압류가 걸린 동안 어떤 부담이 생겼는지, 취하 뒤에 두 사람 사이가 어떻게 됐는지, 그 가압류가 나중에 법원 판단으로 이어졌는지까지 판결문에 적힌 범위에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압류는 본안 판단이 아니라 재산을 묶어 두는 절차입니다.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상대의 권리가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등기부에 가압류가 뜬 날 상담이 들어옵니다

가압류는 상대방이 법원에 신청해 결정을 받으면 소유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채 등기부에 올라갑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은행에서 연락을 받거나 임차인이 등기부를 확인하면서 뒤늦게 알게 됩니다. 상담에 오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도 왜 내 동의 없이 이런 것이 되느냐는 점입니다. 가압류는 재산을 미리 묶어 두는 보전 절차라서 미리 알리면 처분해 버릴 위험이 있다고 보고 그렇게 운영됩니다.
이 사건의 두 사람은 2006년경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원고는 2004년경 전 남편과 사별했고, 피고는 1998년경 전 아내와 이혼한 뒤였습니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의 사실혼은 2017년 3월 15일경 해소된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문제가 된 가압류는 그 해소보다 1년 넘게 앞선 2015년 11월에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가 내세운 권리

2015년 10월 말경 원고는 지인과 함께 피고를 두 사람이 살던 집 밖으로 내보낸 뒤 비밀번호를 바꿨습니다. 판결문에는 같은 달 22일 원고가 그 집을 임대했고, 26일에는 다른 주택을 임차한 사실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11일 피고는 이미 임대가 이뤄진 그 집에 가압류를 신청했습니다. 피고가 내세운 피보전권리는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권이었습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가 없어 민법의 혼인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부부로 살아온 사실이 인정되면 관계가 해소될 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한쪽이 정당한 이유 없이 관계를 파기하면 상대방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피고가 신청서에 적은 권리도 이 법리에 기댄 것이었습니다.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 자체는 혼인신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막히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를 집 밖으로 내보낸 행위를 두고 서로 책임을 미루는 다툼이 뒤따르는 일이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는 원고가 자신을 내쫓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관계를 해소하기에 이른 데에는 피고의 의심과 폭력적인 언행이라는 원인이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이죠. 같은 쟁점은 폭력적인 동거인을 집에서 내보내면 제 잘못이 되나요에서 따로 정리해 뒀어요.
가압류가 걸리자 생긴 부담
가압류가 등기되면 소유자는 그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합니다. 처분 행위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채권자에게 그 처분을 주장하지 못하게 되어 매매나 담보 설정이 사실상 막힙니다. 이미 임대차 계약을 맺어 둔 상태라면 임차인 쪽에서 계약을 문제 삼을 수 있어요. 판결문은 이 가압류로 인해 원고가 그 집의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고 적었습니다.
여기가 사실혼 가압류 대응에서 가장 급한 대목입니다. 상대방과의 위자료 다툼은 몇 달이 걸려도 되지만 임차인과의 계약은 당장 이번 달에 문제가 됩니다. 상담을 오실 때 등기부만 들고 오시는 분이 많은데, 그 재산에 걸려 있는 계약서를 함께 보아야 무엇을 먼저 처리할지 정할 수 있어요. 계약 상대방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도 같은 날 정해 두시는 편이 나아요.
판결문은 원고가 실제로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했는지까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는 데까지가 법원이 인정한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이 대목이 판결문에 적힌 것은 가압류가 걸려 있던 그 시점에 원고가 감당해야 했던 부담이 실제로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대목은 실제로 있었던 일과 생길 수도 있었던 일을 나눠서 보아야 뒤에 나올 판단을 정확히 읽을 수 있습니다.
취하로 정리되기까지의 과정
가압류는 2015년 11월 23일경 정리됐습니다. 피고가 가압류 신청을 취하하고 집행을 해제했습니다. 신청부터 취하까지 두 주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은 그 사이에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까지는 따로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같은 시기에 있었던 일 두 가지가 판결문에 남아 있습니다. 원고는 그 무렵 피고에게 벌금을 납부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피고는 그 무렵 원고가 새로 임차한 주택에서 원고와 다시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가압류로 시작된 다툼이 취하와 재동거로 이어진 셈입니다.
상대가 스스로 취하해 주지 않는다면 신청을 당한 쪽이 직접 다툴 방법이 있습니다. 결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다투는 가압류 이의, 사정이 바뀌었거나 담보를 제공하겠다는 이유로 푸는 가압류 취소, 채권자에게 본안 소송을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제소명령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을 고를지는 상대가 내세운 피보전권리가 무엇인지, 본안 다툼을 지금 시작하는 편이 유리한지에 따라 달라져요. 이 사건에서는 그 절차까지 가기 전에 취하로 끝났습니다.
가압류는 권리를 확정해 주지 않습니다
가압류 결정은 채권자가 이런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그 주장이 어느 정도 소명되면 나옵니다. 재산을 미리 묶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이겨도 받을 것이 없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보전 절차입니다.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전제로 재산을 묶어 두는 처분입니다. 그 권리가 실제로 인정되는지는 본안에서 완전히 별개로 심리됩니다.
이 사건이 그 차이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피고는 위자료와 재산분할 청구권을 내세워 가압류를 했지만, 뒤에 이어진 소송에서 피고가 낸 위자료 청구는 2018년 7월 20일 선고로 전부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든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부정한 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피고가 문제 삼은 원고의 행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원고가 청구한 위자료 가운데 1,000만 원이 인정됐고 나머지는 기각됐습니다.
재산분할은 이 판결문 안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2017년 12월 6일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 심판을 따로 청구했고, 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그 사건은 계속 중이었습니다. 판결문에 결과가 적혀 있지 않으니 어느 쪽이 얼마를 받았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다투는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한쪽이 기각됐다고 다른 쪽까지 정해지지 않습니다.
가압류가 나중에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그로 인한 손해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그런 청구를 했다는 기재는 판결문에 없으므로 여기서는 제도 설명까지만 말씀드립니다. 사실혼에서 위자료가 어떤 사정에 따라 인정되고 배척되는지는 사실혼도 헤어질 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나요에 더 자세히 적어 뒀어요.
걸렸을 때 확인해야 할 것들
먼저 등기부와 가압류 결정문에서 피보전권리와 청구금액을 확인합니다. 상대가 위자료를 이유로 걸었는지 재산분할을 이유로 걸었는지에 따라 이후 다툴 내용이 달라져요. 청구금액이 그 재산의 가치에 견주어 지나치게 크게 잡혀 있다면 그 점도 다툴 대상입니다. 결정문은 법원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니 상담 전에 미리 확보해 두시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그 재산에 이미 걸려 있는 계약 관계를 정리합니다. 임대차 계약서, 매매 계약서, 대출 약정서처럼 가압류 때문에 이행이 어려워지는 서류를 전부 모아 두셔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가 생긴 것도 임대가 먼저 이뤄진 상태였기 때문이죠. 계약 상대방에게 언제 어떻게 알릴지도 함께 정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계가 시작되고 끝난 시점, 그 재산을 마련한 시점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 두십시오. 사실혼 가압류 대응은 결국 본안에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어떻게 다툴지와 이어지고, 그 판단은 두 사람이 함께 산 기간과 재산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크게 기댑니다. 통장 거래내역, 계약서, 등기 이전 기록처럼 날짜가 남는 자료가 기억보다 훨씬 힘이 셉니다. 법무법인 존재는 상담에 오시기 전에 이 세 가지를 정리해 오시도록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 가압류결정문과 등기부등본 등 어느 재산에 무엇이 걸렸는지 확인되는 서류
• 해당 재산의 명의와 취득 경위를 알 수 있는 자료
• 가압류로 실제 어떤 손해가 생기고 있는지 보여 주는 계약서나 통지서
• 상대와 주고받은 요구·협의 내용이 남은 기록
재산에 조치가 걸린 상황은 본안 다툼과 별개로 시간을 다투는 절차가 함께 진행됩니다. 혼인신고 없이 살아온 관계가 깨진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13년간 가사 사건을 맡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어떤 자료를 먼저 확인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형사 절차 기록과 재산 자료를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상대가 제 집을 가압류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사실혼도 해소되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파기한 쪽은 위자료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그 권리를 피보전권리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상대방은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권을 내세워 2015년 11월 11일 가압류를 신청했습니다. 혼인신고가 없다는 사정은 가압류를 막는 사유가 아니라 본안에서 사실혼이 인정되는지를 따질 때 검토되는 사정입니다. 다만 그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과 나중에 그 권리가 인정되는지는 별개입니다.
가압류가 걸리면 집을 팔거나 세를 줄 수 없나요
처분 행위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그 처분을 채권자에게 주장하지 못하게 되어 거래가 사실상 막힙니다. 매수인이나 임차인이 등기부를 보고 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미 계약을 맺어 둔 상태라면 계약 상대방과의 문제가 먼저 터집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가 그 집의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고 판결문에 적혀 있습니다. 계약이 이미 진행 중이라면 등기부 사본과 계약서를 함께 챙겨 빨리 상의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가 가압류를 취하하면 그걸로 끝나나요
가압류에 관한 절차는 그것으로 정리됩니다. 그렇지만 상대가 내세웠던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까지 함께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도 2015년 11월 23일경 취하와 집행 해제가 있었고 두 사람은 그 무렵 다시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2017년 12월 6일 상대방이 재산분할 심판을 따로 청구했습니다. 취하 조건으로 무엇을 주고받았는지가 나중에 다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합의 내용은 서면으로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법원이 가압류를 받아들였다면 상대 말이 맞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압류는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소명되면 내려지는 보전 처분이고, 그 권리가 실제로 있는지는 본안에서 따로 심리됩니다. 이 사건에서 가압류를 신청했던 쪽이 낸 위자료 청구는 2018년 7월 20일 선고에서 전부 기각됐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청구한 위자료는 일부가 인정되어 1,000만 원의 지급이 명해졌습니다.
근거 없는 가압류였다면 손해를 물을 수 있나요
가압류가 나중에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입니다. 다만 손해가 얼마인지, 그 손해가 가압류 때문에 생겼는지를 청구하는 쪽이 밝혀야 하므로 증빙이 관건입니다. 이 사건 판결문에는 그런 청구가 있었다는 기재가 없으니 이 사건의 결과로 설명드릴 수는 없습니다. 사실혼 가압류 대응을 준비하실 때는 가압류가 걸려 있던 기간에 실제로 어떤 손해가 났는지 그때그때 기록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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