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나 사실혼 상대의 휴대전화에서 낯선 이름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발견하면, 그 메시지가 그대로 부정행위의 증거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메시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과 그 메시지가 부정한 관계를 증명하는지를 나누어 판단합니다. 메시지 부정행위 입증을 다투는 사건에서 재판부가 확인하는 것은 대화가 오갔는지가 아니라,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고 그 관계가 어느 정도 계속되었는지를 자료가 보여 주는가입니다. 이 차이를 모른 채 대화 캡처만 모아 제출하면, 준비한 자료가 오히려 주장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이 2018년 7월 20일 선고한 2017드단12448 본소, 2017드단12974 반소 판결이 그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2006년경 시작되어 약 11년 이어진 사실혼이 2017년 3월 15일경 해소되면서 두 사람이 서로 2,000만 원씩 위자료를 청구했고, 피고는 반소에서 원고의 부정행위를 주장하며 메시지를 증거로 냈습니다. 결과는 반소 전부 기각이었습니다. 아래에서는 법원이 그 메시지를 어떤 순서로 따졌는지를 판결문에 적힌 그대로 정리해 드립니다.
메시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메시지의 수와 만난 정황까지 함께 보고 부정행위인지를 판단합니다.
메시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부정행위를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민법 제750조가 정한 불법행위와 민법 제751조가 정한 정신적 손해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혼인신고가 없는 사실혼에는 민법의 혼인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지만, 당사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사실혼을 파기하면 상대방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그래서 사실혼 상대의 부정행위를 주장하는 쪽도 그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을 자료로 보여야 해요. 메시지는 그 자료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그 자체가 결론은 아닙니다.
재판에서 다투는 것은 메시지가 실재하는지가 아니라 그 메시지가 부정한 관계를 가리키는지입니다. 부정한 관계는 한 번의 대화가 아니라 만남의 반복과 장소, 시간대, 두 사람 사이의 관계 자체로 드러납니다. 메시지 부정행위 입증은 대화 캡처를 몇 장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그 대화가 다른 자료와 맞물려 어떤 관계를 보여 주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대화 외에 아무것도 붙지 않으면 같은 캡처가 단순한 인사나 업무상 연락으로 읽힙니다.
자료가 있다는 것과 그 자료가 무엇을 증명하는지는 다른 문제죠. 이 사건에서도 피고는 자료를 제출했지만 그 자료가 무엇을 증명하는지까지는 채우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메시지를 한마디로 배척하지 않고, 어떤 점 때문에 부정한 행위를 인정하기 어려운지를 하나씩 적었습니다. 그 판단 순서를 따라가면 어떤 자료가 더 필요했는지도 함께 드러납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가 낸 증거

이 사건은 사실혼이 해소된 뒤 두 사람이 서로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본소와 반소입니다. 원고와 피고가 각각 2,000만 원을 청구했고, 피고는 반소에서 사실혼이 깨진 원인이 원고의 부정행위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주장을 받치는 증거로 낸 것이 원고가 다른 남성과 주고받은 메시지, 곧 을1호증이었습니다. 본소와 반소가 함께 심리되면 양쪽 주장이 같은 법정에서 동시에 검증되므로, 한쪽이 낸 자료의 밀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메시지의 상대로 지목된 사람은 판결문에 G로 표기되어 있고, 원고가 운영하는 식당에 오는 손님이었습니다. 피고는 G 외에 다른 남성들과의 관계도 함께 주장했습니다. 판결문에 O기업 직원으로 적힌 사람과 나눈 대화, 그리고 P로 표기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그 내용이었습니다. 주장의 개수는 적지 않았지만 각 주장을 받치는 자료는 그만큼 따라오지 않았어요.
법원은 반소 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본소 청구는 2,000만 원 가운데 1,000만 원만 인용했습니다. 부정행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과 별개로, 원고가 주장한 사정 가운데 두 가지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되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상대방도 저에게 위자료를 청구해 오면 어떻게 되나요에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아래에서는 메시지에 관한 판단만 떼어 보겠습니다.
법원이 메시지를 배척하며 든 네 가지
법원은 G와의 관계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면서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원고와 G의 나이였습니다. 판결문은 두 사람의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는 적지 않고, 나이를 배척 사유의 맨 앞에 두었습니다. 나이 하나가 결론을 정하지는 않지만, 뒤따르는 세 가지와 합쳐질 때 판단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두 번째는 G가 원고가 운영하는 식당에 오는 손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연락을 주고받을 사정이 이미 있었다는 뜻이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과 그 가게를 찾는 사람 사이에는 예약과 주문, 안부처럼 연락이 오갈 이유가 여러 개 있습니다. 메시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사적인 관계를 가리키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세 번째는 원고가 식당 외의 장소에서 G와 만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부정한 행위는 연락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만남이 뒤따라야 하는데, 만남을 보여 주는 자료가 없었습니다. 식당이라는 열린 공간 밖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자료가 붙었다면 판단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메시지 부정행위 입증에서 장소에 관한 자료가 빠지면 남는 것은 연락의 흔적뿐입니다.
네 번째는 원고와 G가 주고받은 메시지의 수가 매우 적다는 점이었습니다. 판결문은 몇 통이었는지를 적지 않고 매우 적다고만 표현했습니다. 연락의 양이 적다는 것은 관계가 계속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히고, 계속성이 없으면 부정한 관계로 보기 어려워요. 법원은 이 네 가지를 묶어, 제출된 메시지만으로는 부정한 관계나 부정행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나머지 주장이 무너진 이유
G 외의 남성들에 관한 주장은 다른 이유로 배척되었습니다. 법원이 먼저 지적한 것은 주장 자체에 구체성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가 특정되지 않으면 상대방이 반박할 대상도 없고 법원이 확인할 대상도 남지 않습니다. 부정행위 주장은 사실을 특정하는 데서 시작해요.
두 번째로 지적된 것은 반소장에서 주장한 내용과 본인신문에서 한 진술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서면에 적어 낸 사실과 법정에서 말한 사실이 어긋나면, 어느 쪽이 맞는지를 따지기 전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의 본인신문 결과를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자료를 여러 개 내는 것보다 서면과 진술을 같은 사실 위에 맞춰 두는 편이 판단에 더 크게 작용합니다.
구체적인 일화 두 가지도 같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O기업 직원과 나눈 대화는 식당 주인과 손님 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대화로 판단되었고, P에 관한 이야기는 피고가 직접 목격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그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 경위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는 전해 들은 과정까지 설명되지 않으면 자료로서 힘을 잃습니다.
증거가 아니라 정황을 낸 것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 제출된 자료를 한데 놓고 보면, 부정행위를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의심을 설명하는 정황이었습니다. 연락이 오간 흔적, 손님과 나눈 대화, 전해 들은 이야기는 모두 그렇게 의심할 만했다는 사정에 머뭅니다. 재판에서 필요한 것은 의심의 근거가 아니라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두 가지는 언뜻 비슷해 보여도 판결에서는 전혀 다르게 다뤄집니다.
메시지 부정행위 입증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메시지는 연락이 있었다는 사실까지만 보여 주고, 그 앞뒤에 있었을 만남과 관계는 다른 자료가 채워야 해요. 만남의 장소와 시각, 함께 지출한 내역, 반복된 연락의 흐름이 붙지 않으면 캡처는 정황에서 멈춥니다. 내가 가진 자료가 정황에서 멈추는지 사실에까지 닿는지는 소를 내기 전에 먼저 따져 두셔야 해요.
이 판단은 사실혼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혼인신고가 없어도 정당한 이유 없이 관계를 파기한 쪽은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책임을 다투는 방식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혼이 해소될 때 위자료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사실혼도 헤어질 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나요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이 사건의 두 사람도 약 11년을 함께 살았고, 법원은 사실혼 기간과 파탄 경위, 책임의 정도를 함께 보아 위자료를 정했습니다.
의심이 들 때 먼저 확인할 것
메시지를 발견하셨다면 캡처를 늘리기 전에 그 메시지가 어떤 관계를 보여 주는지부터 정리하시는 편이 나아요. 상대가 누구인지, 두 사람이 원래 연락할 사정이 있었는지, 연락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가 첫 확인 대상입니다. 여기에 만남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디에서였는지를 받쳐 줄 자료가 붙어야 정황이 사실 쪽으로 넘어갑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든 네 가지가 그대로 점검표가 됩니다.
서면과 진술을 같은 사실 위에 두는 준비도 함께 하셔야 해요. 소장이나 반소장에 적은 내용은 나중에 본인신문에서 그대로 확인되므로,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대목까지 단정해 적으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깎입니다. 직접 본 일과 전해 들은 일을 처음부터 나누어 적어 두시고, 전해 들은 일은 누구에게 언제 들었는지까지 기록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에서 배척된 이유 가운데 두 가지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부정행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무엇이 남는지도 미리 확인해 두셔야 해요.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를 이해하거나 신뢰하기보다 원고의 부정한 행위를 의심하며 여러 차례 다툼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술을 마시고 폭력적인 행동이나 모멸감을 주는 언사를 반복한 점을 파탄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으로 보았습니다. 의심을 자료 없이 반복한 쪽이 오히려 위자료 책임을 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료를 모으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상대가 증거로 내세운 메시지 전문과 그 앞뒤 대화
• 해당 인물과 어떤 관계였는지 설명할 수 있는 자료
• 만난 장소와 시각이 확인되는 기록이 있다면 그 자료
• 상대의 주장이 시기마다 어떻게 달라졌는지 정리한 메모
메시지나 사진은 양보다 그 자료가 무엇을 증명하는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혼인신고 없이 살아온 관계가 깨진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13년간 가사 사건을 맡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어떤 자료를 먼저 확인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형사 절차 기록과 재산 자료를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메시지가 몇 통이면 부정행위가 인정되나요
통수를 정해 둔 기준은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주고받은 메시지의 수가 매우 적다는 점을 배척 사유의 하나로 들었을 뿐, 몇 통 이상이면 인정된다는 기준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연락의 양은 관계가 계속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사정 가운데 하나이고, 두 사람의 나이와 관계, 만남이 있었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통수를 늘리는 것보다 만남을 보여 주는 자료를 채우는 편이 효과가 큽니다.
상대가 부정행위를 주장하며 반소를 걸면 어떻게 되나요
본소와 반소가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리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두 사람이 각각 2,000만 원을 청구했고, 법원은 반소를 전부 기각하면서 본소는 1,000만 원만 인용했습니다. 반소가 들어왔다고 해서 두 청구가 서로 상쇄되지 않고, 각 주장이 자료로 받쳐지는지가 따로 판단됩니다. 반소를 받으신 분은 상대 주장에 어떤 자료가 붙어 있는지부터 확인하시면 됩니다.
직접 보지 않고 전해 들은 이야기도 증거가 되나요
전해 들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배제되지는 않지만, 이 사건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그 이야기가 피고가 직접 목격한 일이 아니고 전해 듣게 된 경위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를 주장에 넣으시려면 누구에게 언제 어떤 상황에서 들었는지가 함께 설명되어야 합니다. 그 설명이 빠지면 이야기 자체의 신빙성이 먼저 문제가 됩니다.
사실혼에서도 부정행위를 이유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나요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혼인신고가 없어 민법의 혼인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당사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사실혼을 파기하면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다만 청구하는 쪽이 그 행위를 자료로 보여야 하는 부담은 혼인신고를 한 부부의 사건과 같습니다. 이 사건에서 부정행위를 주장한 반소가 기각된 것도 그 부담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의심만으로 다툰 쪽이 오히려 책임을 지기도 하나요
이 사건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법원은 상대의 부정한 행위를 의심하며 여러 차례 다툼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술을 마시고 폭력적인 행동이나 모멸감을 주는 언사를 반복한 점을 파탄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으로 보아 위자료 1,00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으면 의심을 표현한 방식이 그대로 책임의 근거가 됩니다. 부정행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까지 함께 놓고 대응 방향을 정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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