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폭언이나 협박을 당해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무엇이 증거가 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법원이 사실을 인정할 때 보는 것은 결정적인 증거 한 개가 아니라 서로 다투지 않은 사실과 양쪽이 낸 서면 증거, 재판에서 오간 주장 전체를 합쳐 본 결과입니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은 대개 녹음도 없고 목격자도 없다며 말을 아끼십니다. 그런데 판결문에서 사실인정의 근거를 적어 둔 부분을 열어 보면, 청구한 사람이 낸 자료만 적혀 있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저희가 상담에서 남아 있는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함께 정리해 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이 글에서는 아들(피고)이 아버지(원고)를 향해 요오드 용액을 뿌려 협박한 사건에서 아버지가 위자료를 청구한 판결(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4가단20159)을 예로 들어, 법원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사실을 인정했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이 사건에서 아버지가 주장한 내용 가운데 아들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부분은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협박 사실이 인정된 부분에서는 아버지가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단됐습니다. 같은 판결 안에서 증거가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장과, 별도의 입증 없이 인정된 사실이 함께 나옵니다.
법원은 다툼 없는 사실과 양쪽이 낸 서증,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사실을 인정합니다. 남은 자료부터 모으는 것이 먼저입니다.
법원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사실을 인정했을까요

이 사건 판결이 사실인정의 근거로 든 자료는 한 종류가 아닙니다. 다툼 없는 사실, 원고가 낸 갑 제2호증과 제4호증 그리고 제14호증부터 제18호증까지의 기재, 피고가 낸 을 제7호증과 제9호증의 기재, 마지막으로 변론 전체의 취지가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다툼 없는 사실은 양쪽이 서로 인정해 다투지 않는 부분이어서 따로 증거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갑호증은 청구한 쪽이 낸 서면 증거, 을호증은 상대방이 낸 서면 증거를 가리킵니다. 변론 전체의 취지는 재판에서 오간 주장과 자료의 흐름을 뜻하며, 개별 서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메우는 근거가 됩니다.
근거가 이렇게 적혀 있다는 것은, 어느 하나가 결정적이지 않아도 여러 자료가 모여 하나의 사실로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자료가 여러 건이어도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인정되지 않는 부분이 남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상담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은 증거의 개수가 아니라, 어떤 사실이 상대방과 다툼이 없고 어떤 사실이 다투어질지입니다. 다툼이 없는 부분은 증거를 준비하는 부담이 줄어들고, 다투어질 부분에는 자료를 모아 두어야 합니다. 갑호증 번호가 제14호증부터 제18호증까지 이어져 있는 데서 보듯, 한 사건에서 여러 건의 자료를 묶어 내는 일도 흔해요.
증거 없이 인정되는 부분과, 증거 없이는 인정되지 않는 부분

이 판결에서 눈에 남는 표현이 “경험칙상 명백”입니다. 법원은 아버지가 협박을 당해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보아, 그 고통 자체를 따로 증명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하면 괴로웠으리라는 것이 상식으로 분명하다는 뜻이죠. 그래서 진료 기록이나 진단서가 반드시 있어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치료를 받은 기록이 남아 있다면 고통의 정도를 보여 주는 자료로 함께 낼 수 있으니, 있는 자료를 빠뜨리지 않는 편이 좋아요.
반대로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있었는지는 상식으로 대체되지 않아요. 이 사건에서 아들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아버지의 주장은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주장을 얼마나 강하게 하는지가 아니라 그 사실을 확인해 줄 자료가 남아 있는지가 판단을 나눕니다. 청구할 범위를 정하기 전에 자료로 뒷받침되는 사실과 아직 주장에 머무는 사실을 나누어 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족 사이의 협박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부터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협박을 당한 사건에서 위자료 책임이 어떻게 판단됐는지 정리한 글을 함께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상대방이 낸 자료까지 헤아려 정리해야 합니다
사실인정의 근거에 피고가 낸 을 제7호증과 제9호증이 함께 적혀 있다는 점도 놓치기 쉽습니다. 상대방이 낸 자료 역시 법원이 사실을 확인하는 데 쓰이고, 책임을 인정한 뒤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도 함께 고려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툼이 벌어진 경위에 관해 아들 쪽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제출된 반면 아버지는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를 내지 못한 점이, 아들의 위법성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과 별개로 액수를 정하는 간접적인 사정으로 고려됐습니다. 내 자료만 챙기면 끝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상담에 오실 때는 자료를 몇 가닥으로 나누어 정리해 오시면 좋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날짜와 장소, 함께 있던 사람 기준으로 시간 순서대로 적어 두시고, 그때 남은 흔적을 그 옆에 붙여 두십시오. 문자와 통화 기록, 병원 방문 기록, 사진, 수리 내역, 그날 다른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린 대화가 모두 해당됩니다. 그다음으로 상대방이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누어 표시해 두시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낼 만한 자료를 미리 적어 보십시오. 이렇게 네 가닥이 정리되어 있으면 첫 상담에서 청구 범위와 준비할 자료를 함께 정해 볼 수 있습니다.
•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날짜와 함께 적은 정리
• 문자나 통화 녹음처럼 그때 남은 기록
• 다른 절차에서 받은 결정문이나 조서
• 상대방이 인정한 부분과 다투는 부분의 구분
자료가 많지 않아도 남아 있는 것부터 모으면 다음에 무엇을 찾아야 할지가 보입니다. 가족 사이의 일이 보호사건과 민사 손해배상으로 함께 번진 사건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보호사건 기록과 민사 쟁점을 함께 놓고 확인하고,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사정을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녹음이나 진단서가 없으면 위자료 청구가 어려울까요
결정적인 증거 한 개가 없어도 다툼 없는 사실과 양쪽이 낸 서면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사실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남아 있는 자료에 따라 인정되는 범위가 달라지므로, 지금 가지고 계신 자료부터 함께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정신적 고통은 어떻게 증명하나요
협박을 당한 사람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보아 따로 증명을 요구하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진료 기록이 있으면 고통의 정도를 보여 주는 자료로 함께 낼 수 있고, 기록이 없다고 해서 청구 자체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낸 자료가 저에게 불리하게 쓰일 수도 있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이 든 사실인정의 근거에도 피고가 낸 서증이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경위에 관한 자료는 책임 인정 여부뿐 아니라 액수를 정하는 사정으로도 고려되니, 상대방이 낼 만한 자료까지 미리 헤아려 대응 범위를 정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변호사가 직접 쓴 심화 칼럼 「이혼 재산분할 은닉재산 추적 완전 가이드 | 노종언 변호사」 › 이 주제를 법무법인 존재 블로그에서 더 깊이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