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피고 측에서 거의 예외 없이 나오는 답변이 있습니다. 자신이 만나기 전에 이미 그 부부는 끝나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부정행위 사실 자체를 인정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원고로서는 별거가 언제 왜 시작됐는지와 선행 이혼소송에서 어떤 이혼 사유가 인정됐는지를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상간자 혼인 파탄 항변은 사실을 부인하는 주장이 아니라 책임의 성립 자체를 끊으려는 주장이라, 준비할 자료도 달라져요.
의정부지방법원 2023드단5206 손해배상(이혼) 사건에서 피고가 바로 이 항변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두 가지 근거를 들어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2024. 7. 24. 피고에게 1,000만 원의 지급을 명했습니다. 다만 원고가 청구한 3,000만 원 중 나머지는 기각됐고, 그 이유는 항변에서 나온 사정이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됐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재판부가 든 두 근거를 순서대로 풀어 드리겠습니다.
이미 끝난 관계였다는 상간자의 주장은 말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실제 사건에서는 선행 이혼 판결문이 그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었으므로, 파탄 항변에는 판결문과 생활 기록 같은 객관 자료로 맞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가장 자주 나오는 항변입니다

제3자가 배우자 있는 사람과 부정행위를 한 경우의 책임에 관해서는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이 기준을 밝히고 있습니다. 제3자도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그 파탄을 초래하는 등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고,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됩니다. 책임의 근거가 부부공동생활의 침해에 있기 때문에, 침해될 부부공동생활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주장이 곧바로 방어 논리로 쓰입니다.
그래서 상간자 혼인 파탄 항변은 부정행위 자체를 다투기 어려운 사건일수록 더 자주 등장합니다. 일반적으로 메시지나 사진이 이미 확보되어 부정행위를 부인하기 어려울 때 남는 주장은 그 시점에 혼인이 이미 끝나 있었다는 것뿐입니다. 배우자 본인에게도 폭력이나 다른 귀책 사유가 있었던 사건이라면 이 주장은 더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23드단5206 사건이 정확히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원고는 아내이고, 피고는 원고의 남편 E과 교제한 사람입니다. E은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 선행 이혼소송의 피고였습니다. 원고와 E은 2007. 3. 19. 혼인신고를 했고 그 사이에 미성년 자녀 한 명이 있습니다. 원고는 2023. 1. 12.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2024. 5. 22. 변론을 종결한 뒤 2024. 7. 24.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 가사언박싱 영상으로 핵심만 빠르게 확인하세요
이 사건에서 피고가 든 주장

피고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E과 알고 지내기 시작할 무렵 이미 원고와 E의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원고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집을 나간 상태였고, 그 파탄은 E의 폭력과 성매매 등이 원인이 된 것이지 피고와 E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한 문장처럼 읽히지만 그 안에는 성격이 다른 두 주장이 겹쳐 있습니다.
앞부분은 시점에 관한 주장입니다. 피고가 E을 알게 된 때에는 이미 부부공동생활이 남아 있지 않았으니 침해할 대상도 없었다는 뜻이죠. 뒷부분은 원인에 관한 주장입니다. 파탄의 원인이 E 본인의 폭력과 성매매에 있었으므로 자신의 부정행위와 파탄 사이에 연결이 없다는 뜻이죠.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만 놓고 보면 뒷부분 주장에 근거로 삼을 만한 사정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원고는 혼인기간 중 몇 차례 E의 가정폭력을 피하여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피난처에 입소한 적이 있고, E은 성매매 업소 등에 출입했습니다. 판결문은 그 이상을 적지 않았고, 폭력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형사 처분에 관한 기재도 없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정을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배척 근거는 선행 판결문이었습니다
재판부가 먼저 든 것은 갑 제9호증의 1, 선행 이혼소송의 1심 판결문이었습니다. 원고는 2020. 9. 24. E을 상대로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 2020드합9517 이혼 등 소송을 제기했고, 그 법원은 2022. 8. 26. 원고의 이혼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그 판결은 E의 폭언, 폭력 등 부당한 대우와 부정한 행위가 원인이 되어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었다고 인정하면서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E에게 있다고 판단했고, E은 원고에게 위자료로 3,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이 사건 재판부가 주목한 대목은 그 판결의 혼인파탄 인정 및 책임 부분입니다. 그 판결은 원고가 몇 차례 긴급피난처에 입소한 적이 있고, E이 성매매 업소 등에 출입했으며, 이혼 소송 제기 무렵에는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등 교제를 하고 있었다고 적은 뒤, 결국 이러한 E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원고와 E이 2020. 6. 23. 별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설시했습니다. 별거의 원인을 E의 행위로 지목한 문장이 판결문에 그대로 남아 있으니, 원고가 일방적으로 집을 나갔다는 전제부터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 판결은 이혼 사유로 민법 제840조 제3호와 제6호뿐만 아니라 제1호,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에 해당하는 사유도 있음을 분명히 설시했습니다. 부정한 행위가 이혼 사유의 하나로 인정된 이상, 그 부정행위 시점에 혼인이 이미 끝나 있었다는 주장과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다만 판결문에 적힌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선행 판결문을 갑 제9호증의 1이라는 서증으로 삼아 그 기재로 사실을 인정했고, 선행 판결의 판단이 이 사건 재판부를 법적으로 구속한다고 적은 대목은 없습니다. 판결문을 증거로 어떻게 쓰는지는 이혼 판결문을 상간자 소송의 증거로 쓸 수 있나요에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두 번째 배척 근거는 이미 다퉈진 주장이라는 점입니다
두 번째 근거는 그 항변이 이미 한 번 판단을 받은 주장이라는 점이었습니다. E은 선행 이혼소송에서 원고가 무단가출을 함에 따라 다른 여성과 교제 당시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송의 1심은 E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꺼낸 상간자 혼인 파탄 항변은 내용이 그 주장과 같았습니다. 피고가 새로 만들어 낸 논리가 아니라, 배우자인 E이 먼저 냈다가 증거 부족으로 배척된 주장이 한 번 더 나온 셈입니다. 배척된 이유가 법리 해석이 아니라 증거 부족이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주장을 다시 인정받으려면 앞선 소송에서 모자랐던 증거가 새로 나와야 하는데, 이 판결문에는 피고가 그런 증거를 제출했다는 기재가 없습니다.
두 근거를 나란히 놓으면 재판부의 판단이 분명해집니다. 앞의 근거는 별거의 원인이 E의 행위였다는 선행 판결문의 기재이고, 뒤의 근거는 같은 주장이 이미 증거 부족으로 배척됐다는 사정입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E이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E과 부정행위를 했고, 피고와 E의 부정행위가 하나의 원인이 되어 원고와 E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배척됐다고 아무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항변이 배척됐다는 말이 그 사정이 판결에서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판결문은 위 판단 바로 뒤에 괄호를 열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다만, 피고와 E의 부정행위 외에 E의 다른 귀책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원고와 E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사정은 위자료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참작한다는 문장입니다. 책임이 성립하는지를 정하는 부분에서는 피고가 졌고, 얼마를 물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부분에서는 그 사정이 반영됐습니다.
결과는 숫자로 드러납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3,000만 원을 청구했으나 인용된 금액은 1,000만 원이었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와 E의 혼인관계, 가족관계, 부정행위 내용 및 부정행위 후 정황, 피고의 부정행위가 원고와 E의 혼인관계 파탄에 미친 영향, 혼인관계 파탄 경위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해 액수를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으로 정해졌고, 인용된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명해졌습니다.
여기서 3,000만 원이라는 금액이 두 번 나오기 때문에 구분해서 읽으셔야 해요. 하나는 선행 이혼소송에서 남편 E이 아내인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명해진 위자료 3,000만 원으로, 2022. 8. 26. 선고되었고 2023. 11. 3. 상고기각으로 이혼 사건이 확정됐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상간자인 피고에게 청구한 3,000만 원이고, 그중 1,000만 원이 인용됐습니다. 배우자에게 폭력 등 귀책이 함께 있는 사건에서 상간자의 책임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는 가정폭력이 있었던 부부, 상간자에게도 위자료를 받을 수 있나요에서 이어서 다뤘습니다.
이 항변을 받았을 때 확인할 것
상대방이 파탄 주장을 냈다면 먼저 볼 것은 선행 이혼소송 판결문의 문장입니다. 별거가 시작된 날짜와 그 원인을 판결문이 어떻게 적었는지, 그 원인을 배우자의 행위로 지목해 두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사건에서 항변을 무너뜨린 것도 별거의 원인을 E의 행위로 적어 둔 한 문장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인용된 이혼 사유에 민법 제840조 제1호가 들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부정한 행위가 이혼 사유로 인정되어 있으면, 그 시점에 혼인이 이미 끝나 있었다는 주장은 같은 판결문 안에서 서로 부딪힙니다. 제3호와 제6호만 적혀 있는 사건과는 대응 방법이 달라져요.
배우자가 앞선 소송에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가 배척된 적이 있는지도 함께 봅니다. 이 사건처럼 배척 이유가 증거 부족이었다면 그 이유가 기록에 그대로 남습니다. 판결문 본문뿐 아니라 그 사건에서 오간 주장이 어디에 정리되어 있는지까지 확인해 두면, 같은 주장이 되풀이될 때 대응이 빨라집니다.
마지막으로 액수에서 참작될 사정까지 미리 정리해 두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배우자 본인에게 폭력이나 다른 귀책이 함께 있는 사건이라면, 상간자 혼인 파탄 항변이 배척되더라도 그 사정이 위자료 액수에 반영될 수 있어요. 부정행위의 내용과 그 후의 정황, 그 부정행위가 파탄에 미친 영향을 보여 주는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모아 두면 이 부분에서 설명할 것이 생깁니다. 상담 오실 때 선행 이혼 판결문과 확정 여부를 함께 가져오시면 첫 상담에서 항변의 무게를 가늠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이혼 사건이 있었다면 그 판결문 전문
• 별거 전후의 생활비 이체 내역과 대화 기록
• 자녀 양육과 가족 행사에 관한 자료
• 상대가 파탄을 주장하며 든 사정을 정리한 메모
파탄 항변이 들어온 사건은 그 주장을 무너뜨릴 자료가 이미 다른 사건 기록 안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폭력과 부정행위가 함께 문제 된 사건은, 서울가정법원 판사·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13년간 가사 사건을 맡은 윤지상 대표변호사가 재판부에서 파탄의 원인을 어떤 순서로 확인하는지 짚어 보고,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형사 전문변호사인 노종언 대표변호사가 형사 절차 기록과 증거 수집 방법을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파탄된 뒤에 만났다는 주장이 인정되면 위자료를 받을 수 없나요
제3자의 책임은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했다는 데 근거를 두기 때문에, 침해될 부부공동생활이 남아 있었는지가 다툼의 중심에 놓입니다.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 기준을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파탄 여부는 주장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증거로 판단되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주장이 배척되고 1,000만 원이 인용됐습니다. 사건마다 판결문에 남아 있는 기재가 다르므로 결론도 달라집니다.
배우자에게 이미 위자료 판결을 받았는데 상간자에게 또 청구할 수 있나요
이 사건의 원고는 선행 이혼소송에서 남편 E이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그와 별도로 상간자인 피고를 상대로 이 소송을 제기해 1,000만 원을 인용받았습니다. 두 판결은 상대방도 사건번호도 다릅니다. 다만 판결문에는 원고가 E으로부터 그 위자료를 실제로 지급받았는지에 관한 기재가 없습니다. 이 사건 판결이 그 뒤 확정됐는지도 판결문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남편의 폭력과 성매매가 있었는데도 상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이 사건에서는 물을 수 있다고 판단됐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몇 차례 긴급피난처에 입소한 사실과 E이 성매매 업소 등에 출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와 E의 부정행위가 하나의 원인이 되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고 봤습니다. 배우자에게 다른 귀책이 있다는 사정은 책임의 성립이 아니라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됐습니다. 청구한 3,000만 원 중 1,000만 원이 인용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행 이혼 판결문만 제출하면 파탄 항변을 막을 수 있나요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선행 이혼소송 1심 판결문을 갑 제9호증의 1이라는 서증으로 보고 그 기재를 근거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 판결문에 별거의 원인과 이혼 사유가 어떻게 적혀 있었는지가 판단에 쓰였으므로, 같은 판결문이라도 안에 담긴 문장이 다르면 쓰임도 달라집니다. 판결문은 선행 판결의 판단이 이 사건 재판부를 구속한다고 적지 않았습니다. 제출 여부보다 그 안에 어떤 문장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인용된 1,000만 원에 지연손해금은 언제부터 붙나요
이 사건 주문은 2023. 2. 2.부터 2024. 7. 24.까지 연 5퍼센트,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퍼센트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정했습니다. 앞의 기간은 소장 부본이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로 민법이 정한 이율이 적용됐고, 뒤의 기간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이율이 적용됐습니다. 원고는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연 12퍼센트를 청구했으나 인용된 것은 위와 같습니다. 이 판결의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정해졌습니다.
📘 변호사가 직접 쓴 심화 칼럼 「상간소송 혼인파탄 항변, 별거 중이었다면 위자료 책임이 없을까 — 대법원 2011므2997」 › 이 주제를 법무법인 존재 블로그에서 더 깊이 확인해 보세요.